"세계의 돈이 동쪽으로 몰려간다"

2012. 3. 30. 08:49C.E.O 경영 자료

"세계의 돈이 동쪽으로 몰려간다"

한국경제 | 입력 2012.03.29 18:31 | 수정 2012.03.30 02:48

 

[인사이드 Story] 씨티그룹 '2012년 富 보고서'
재산 1억弗 넘는 슈퍼리치 동아시아에 1만8000명…북미·유럽 제쳐
"월등한 교육열 富 격차 갈수록 커질 것"

"돈이 동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씨티그룹이 29일 발표한 '2012년 부(富) 보고서'의 소제목이다. 아시아의 고액 자산가 숫자가 미국과 유럽을 제쳤다는 뜻이다.

68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경제력 패권 싸움에서 동양이 서양을 제압했고,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승리의 핵심 요인은 높은 교육열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재산이 1억달러(1137억원)를 넘는 '슈퍼 리치' 인구는 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1만7000명)를 앞질렀다. 씨티가 이 보고서를 낸 지 6년 만에 처음이다. 인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3000명)까지 합한 아시아 전체로는 2만1000명에 이른다. 저성장에 시달리는 서유럽은 1만4000명으로 한참 처졌다.

1년여 전인 2010년 말에 동아시아와 미국은 나란히 1만6000명으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차이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2016년이면 동아시아의 슈퍼 리치는 2만6000명까지 늘어나는 반면 북미는 2만1000명에 그칠 것으로 씨티는 내다봤다. 서유럽은 1만5000명으로 1000명 증가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초특급 부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륙별 경제지형 역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가의 비중은 27%로 북미(22%)를 따돌렸다. 아시아 신흥국 비중은 2030년엔 44%로 늘어나고 2050년에 이르면 49%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의 절반을 아시아가 책임진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북미의 기여분은 2030년엔 15%로 떨어지고 2050년엔 11%까지 추락, 아프리카(12%)에도 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경제 중심은 아시아로 이동 중이다. 보고서는 런던정경대(LSE)의 대니 쿼 교수가 GDP 분포를 바탕으로 고안한 '경제 중력(economic gravity)'의 중심점이 2050년이면 인도와 중국 사이까지 이동할 것으로 계산했다. 1980년 대서양에 있었던 이 중심점은 동진(東進)을 거듭해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운하 근처까지 와 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아시아인들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부를 쌓을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자들 중에선 9%만이 비관적으로 답했다. 유럽에선 36%가 부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낮은 성장률 탓에 유럽인들이 자신감을 잃었다고 씨티는 분석했다.

국가별로도 아시아권의 대약진이 예상된다. 2010년 1인당 GDP 순위는 싱가포르 노르웨이 미국 홍콩 순이었다. 2050년이면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으로 구도가 바뀐다. 최상위권을 아시아가 독차지하는 것이다. 미국은 5위로 밀려 사우디아라비아(6위)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부의 배분이 극소수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소득 불균형에 따른 정치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해영 기자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