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결제 확 줄었다…외상매출담보대출 활용 늘어

2012. 4. 3. 09:09C.E.O 경영 자료

어음결제 확 줄었다…외상매출담보대출 활용 늘어
2009년 12월 259조원서 올 2월 186조로 결제 급감
기사입력 2012.04.02 17:36:39 | 최종수정 2012.04.02 17:56:33

가스밸브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 A씨는 최근 원자재 구입자금이 모자라자 시중은행 기업창구를 찾았다. A씨가 맨 처음 떠올린 대안은 약속어음. 약속어음을 발행하려고 당좌거래 개설을 요청했다.

하지만 은행 창구직원은 극구 만류하고 나섰다. 만일 약속어음으로 원자재값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면 바로 부도처리되고 10년간 일군 사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직원은 대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판매대금 수금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어음이 아닌 대출이므로 일시적 연체에 그칠 확률이 높고 관련업체 파장도 작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의 구매대금 외상결제 수단으로 애용되던 약속어음 거래가 크게 줄고 있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약속어음은 지난 2009년 12월 말 월간 31만장 결제된 것이 지난 2월에는 16만장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결제금액도 같은 기간 259조원에서 186조원으로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어음결제가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음거래 기업들의 부도로 수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교훈 덕분이다.

리먼브러더스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2007년 4조8606억원이던 어음부도액은 2008년 7조6382억원, 2009년 7조5789억원, 2010년에 8조4797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후 기업체들이 어음을 잘 받으려 하지 않고 은행들도 약속어음 등을 발행하기 위한 당좌거래 계좌를 가급적 터주지 않게 됐다.

한 시중은행 기업고객팀장은 "어음을 주고받으면 금융위기 때 공멸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업체들이 절실히 깨달아 기업들이 가능한 한 어음을 받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좌거래 업체는 어음에 의한 자금 흐름에 의존하는 등 빚의 덫에 빠져 자생력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며 "당좌 개설을 문의하는 업체들에 어음거래를 피하라고 권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대신 전자채권 등 외상매출채권에 대한 담보대출과 현금을 결제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원래 2001년 후진적인 어음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구매기업이 외상대금을 전자채권 등 형태로 발행하면 판매기업은 이 전자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제도다.

한은도 이런 외담대를 장려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제도를 통해 외담대 관련 대출재원으로 은행들에 기준금리인 3.25%보다 낮은 1.50%의 저리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은행은 이 저리자금 등을 이용해 판매기업이 가진 외상매출채권을 채권 회수기간에 맞춰 낮은 금리로 할인해 판매기업에 미리 제공하고 채권지급기한이 도래하면 구매기업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한다.

판매기업은 물품대금을 소정의 이자를 지급하고 미리 받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어음처럼 수많은 배서를 통해 많은 채무관계를 양산하지도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상생이 강조되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현금결제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약속어음 이용이 줄어드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우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