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5. 10:5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인뎁스리포트]결혼① 사랑하지만…결혼은 "두렵다"
뉴시스 정의진 입력 2012.04.15 09:50
결혼의 전제조건은 사랑이다. 특히 올해는 임진년 '흑룡의 해'이어서 그 어느 해보다 결혼을 많이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결혼을 위한 사회적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직장과 천문학적인 과다 혼수비용이라는 제약조건 때문에 결혼을 제때하지 못하고 미루거나 기피하고 있다. 이에 뉴시스는 직·간접적으로 결혼을 제약하는 여러가지 요인과 변화하는 결혼 풍속도, 최근 결혼 관련 시장 동향 등을 긴급 점검해 해법과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①사랑하지만…결혼은 "두렵다"
②"우리때는 방 한 칸부터 시작했는데"…20~21세기 결혼 변천사
③꿈꾸는 결혼식과 현실의 괴리, 어떻게 극복할까
【서울=뉴시스】정의진 기자 = #1. 혼기가 꽉 찬 안믿어(29·여·가명)씨는 입버릇처럼 "결혼하기 싫다"는 말을 한다. 결혼 후 변해버릴 자신의 모습과 사랑이 두려워서다. 그는 "결혼해서 몇 달 간은 알콩달콩 잘 살겠지만 나중에 사랑이 식으면 그때부터는 정말 '구질구질'하게 살것 같다"며 "그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2. 술을 마시면 새벽 2시를 넘기기 일쑤인 나이기(32·가명)씨. 그는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모아 놓은 돈도 별로 없을 뿐더러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월급으로는 가정을 꾸리기 쉽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귀가가 늦어도 잔소리할 사람이 없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여자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위한 만남이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필요에 의해 교제를 하고 있다. 나씨는 자신의 자유까지 포기하면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결혼을 두려워하는 청춘남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숙집처럼 드나들던 집도, 눈치 볼 것 없이 원하는 대로 쓰던 신용카드도 결혼 도장을 찍는 순간 모두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여성은 사랑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결혼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인구학회가 통계청의 의뢰로 작성한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결과 심층분석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1995년에 35~39세 남성의 미혼율이 6.1%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26.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35세 여성의 미혼율도 1995년 6.2%에서 2010년 28.5%로 크게 증가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전국의 20~39세 미혼남녀 976명(남성 494명, 여성 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결혼의 당위성을 묻는 질문에 남성 19.2%, 여성 32.9%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 54.8%, 여성 38.6%는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최흔녀(26·여·가명)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막상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안 걸리는 부분이 없다"며 "스트레스가 심하다. 결혼을 미루고 싶다"고 감정을 토로했다.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게시글을 보면 결혼하기가 무서워진다"고 말했다. 결혼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남편의 외도, 시댁과의 갈등 등에 관한 글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에서다.
정부 인구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이 같은 실상에 대해 관련업계는 미혼남녀들의 '가치관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형남규 듀오 회원관리본부 총괄이사는 "과거에는 결혼적령기라는 개념에 따라 비슷한 나이에 결혼을 하는 획일적인 흐름이 있었다"며 "하지만 근래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변화하면서 조혼, 만혼, 재혼, 황혼 결혼 등 전 세대에 걸쳐 여러 형태의 결혼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적령기가 전 연령에 걸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됐다"며 "이는 결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스스로 원할 때 결혼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결혼시기에 대한 조급함이 과거보다 많이 느슨해진 점, 늦은 취업과 싱글 라이프에 대한 사회적 변화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jeenju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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