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2. 12:37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EP& 농진청 공동기획 | 귀농성공사례① - 이대식·허미향 부부
서울 시내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인 경기도 양평의 양수리딸기체험농장. 지난해 이곳을 방문한 유료 체험객은 2만명에 달한다. 이 농장의 지난해 매출은 2억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대식씨(50)는 4년 전 귀농한 초보 농사꾼이다.
지난 3월8일, 평일인데도 여러 명의 체험객들이 딸기를 수확하고 딸기잼을 만들고 있었다. 주말이면 600~700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이씨는 “4인 가족이면 4만원 정도로 체험이 가능한데, 주말의 경우 2주 전에 예약이 만료될 정도로 인기”라며 “올해에는 2만5000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유기농단지에 위치한 이 농장의 규모는 1만5000여㎡(4600평). 이 중 딸기를 재배하는 8000㎡(2400평)에 달하는 17동의 비닐하우스 농사를 이씨 혼자서 짓는다. 소독을 하던 중이었다는 이씨의 손은 굳은살이 박혀 마치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딸기가 먹음직스럽게 영글고 있었다. 이 농장에서 재배하는 딸기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다.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양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EM(유용미생물)을 사용해 재배하며 해충이나 곰팡이는 미생물을 이용해 방제한다.
체험농장 내에는 부대시설로 동물농장도 있었다. 가족단위 체험객들을 위한 배려다. 아이들이 직접 당나귀, 염소, 토끼, 닭 등에게 직접 먹이를 주면서 만져보고 있었다. 이날 체험을 하러온 이찬우씨는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딸기뿐 아니라 동물농장까지 있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홈페이지·철저한 고객관리로 차별화
이씨가 귀농한 것은 2008년 12월. 50세가 되면 귀농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터였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회사에서 19년을 일했어요. 나름 잘 나갔죠. 하지만 워낙 까다로운 일이라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거기다 건설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마침 농사일을 배워 농촌에 정착하려면 적어도 3년 정도 걸린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래서 귀농 결심을 몇 년 앞당겼죠.”
귀농지는 고향인 경기도 양평 양수리로, 주작물은 딸기로 정했다. 하천부지에 6600㎡(2000평)의 땅을 사서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딸기는 재배시기를 놓쳐 고추를 심었다. 딸기는 9월께 심어 다음 해 3~5월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기술습득을 위해 농촌진흥청 사이버대학에서 고추재배 과정을 강하고, 양평군 친환경농업대학에서 기본적인 이론을 배웠다.
“고추농사가 인근의 다른 농가보다 아주 잘 됐어요. 무농약으로 키워 다른 농가에 비해 60% 이상은 값을 받았죠. 그렇게 해서 3800만원 소득을 올렸어요. 근데 고추는 돈이 안 되겠더라고요. 고추 가격이 오르면 중국산 고추 때문에 금방 가격이 떨어지거든요.”
그는 처음 계획했던 딸기농사를 짓기로 했다. 직접 수확해 내다팔기보다는 체험농장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수확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줄이고, 골치아픈 판로확보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하기에는 체험농장만한 게 없었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두물머리 등 인근 관광지가 많아 연중 줄을 잇는 관광객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딸기 주산지인 논산을 비롯해 여러 곳의 딸기체험농장을 방문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딸기농사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요. 재배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작물 중 하나죠.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하루 이틀 새 완전히 망칠 수도 있어요. 인근 농가에서 배우려고 했지만 잘 가르쳐주지도 더라고요. 책을 보고 혼자 배웠죠. 또 농업기술센터도 수시로 찾아 재배기술에 대한 지식을 넓혔어요.”
2009년 9월 2640㎡(800평) 규모로 딸기농사를 지었다. 실패를 염두에 둔 시험재배 차원이었다. 그해 12월말부터 체험객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다른 농장과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주목했다. 체험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검색을 하기때문이다.
“체험농장들이 비슷한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관리에 신경을 안 썼어요. 일단 홈페이지를 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체험농장다운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어요. 아는 사람들의 자녀 중에 쁜 아이들을 수소문해 모델로 내세우고, 농사과정을 사진을 찍어 올렸어요.”
철저한 고객관리에도 나섰다. 밤 11시가 넘어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고객에게도 놓치지 않고 감사의 글을 냈다. 체험 전날에는 체험안내에 관한 문자메시지를, 체험 당일 아침에는 길안내 등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고객이 체험하러 오기 전까지 적어도 3번 이상 연락을 해 고정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의 전략은 주효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 온 체험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져 갔다. 2010년 7동의 비닐하우스에서 그가 거둔 매출은 8500만원. 시험재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과였다.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걸을 듯한 그에게 위기가 닥쳤다. 그의 농장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용된 것이다.
당장 농사지을 땅을 찾아야 했다. “이 지역에서는 대부분 파농사를 지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았어요. 지금의 임대료보다 3배 이상 주겠다고 땅 주인들을 설득했죠.”
이씨는 이미 인근에서 ‘지독한 농사꾼’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미친 듯이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땅주인들이 그에게 선뜻 땅을 임대해 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위기는 기회였다. 그는 농장을 이전하면서 동물농장을 만들었다. 체험농장의 대상이 어린이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딸기체험의 주요 고객은 3~6세의 어린이를 둔 가족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체험농장을 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좀체 보기 힘든 당나귀를 비롯해 오리, 거위, 산양, 관상용닭 등 10여종의 동물로 물농장을 만들었죠. 딸기체험보다 동물들 먹이 주기에 신난 아이들이 더 많아요(웃음).”
딸기잼 체험과정도 차별화했다. 다른 농장에서는 여러 가족이 함께 딸기잼을 만들지만 이씨는 가족별로 체험을 하게 했다. 또 유명 제과점에서 갓 구운 식빵을 주문받아 그 자리에서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외 추가로 1만5000병의 딸기잼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이씨는 단순히 딸기를 따먹고 가는 것을 넘어 식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딸기의 유래와 딸기 재배과정 등에 대한 교육도 꼭 실시한다. 여기에는 자신이 기른 딸기를 소중히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들어 있다.지난 2월부터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내 허미향씨(46)도 아예 내려왔다. 귀농에 대한 남편의 꿈을 해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허씨였다. 그랬던 허씨는 이제 남편의 장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이씨는 재배를 담당하고 허씨는 체험과 관련된 각종 예약, 마케팅 등을 맡고있다.
그의 꿈은 10년 내 현재의 임대농지를 구입해 체험관광농원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또 수경방식으로 딸기를 키우는 고설재배로 전환하는 것도 목표다. 고설재배는 지상에서 1m 높이에서 양액으로 딸기를 재배하는 방식이다. 병충해 피해가 적고 노동력도 적게 든다.
귀농 4년 만에 성공한 농업인으로 정착
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지 몰랐던 그는 귀농 4년 만에 성공한 농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가 꼽은 성공요인은 철저한 준비와 열정이다. 특히 미치지(몰입하지) 않으면 미칠(도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테리어를 할 땐 1㎜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아요. 그때부터 철저한 준비가 몸에 배어 있었죠. 농사야말로 계획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다른 농가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도 비결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마을에서 ‘저사람 미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어요. 농사는 일한 만큼 되돌려 주더군요.”
Mini Interview 정준용 농촌진흥청 지도개발과장
“귀농귀촌 결심에서부터 성공적인 정착까지 원스톱 지원”
최근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귀농귀촌이 유행을 넘어 사회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농촌생활을 추구하는 은퇴자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는 젊은이들의 관심도 높아져 가는 추세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1만호를 넘어섰다.
귀농귀촌을 하면 모든 것이 바뀐다는 점에서 철저한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에서 산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유용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품목별 농업기술, 금융정보, 농지 및 빈집정보 등에 대해 한자리에서 종합상담을 수행하고, 희망자의 성공적인 농촌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종합센터를 총괄담당하고 있는 정준용 농촌진흥청 지도개발과장은 “그동안 농촌진흥청, 농협, 농어촌공사, 인재원 등에 산재돼 있던 귀농귀촌 지원서비스를 통합,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종합센터를 설치하게 됐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의 귀농귀촌 상담은 희망자가 각 기관에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했다. 금융부분은 농협에, 농지나 주택에 관한 정보는 농어촌공사에, 농업기술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별적으로 정보를 구하는 식이었다.
종합센터는 방문자에 대해 농정 및 금융, 농지 및 주택정보, 교육정보 등 귀농귀촌 준비를 위한 종합상담과 더불어 농촌진흥청의 기술위원이나 연구원을 통한 품목별 재배기술에 대한 정보도 1대 1 상담서비스로 제공한다.
그는 “귀농귀촌과 관련된 통합 홈페이지를 구축해 각종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6월말까지는 지자체의 지원정책이나 민간단체, 인터넷 카페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보를 한자리에 모아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효성 있는 귀농귀촌 지원이 되도록 중앙과 지방의 연계체계도 재구축했다. 전국 158개 시·군의 농업기술센터에 설치된 귀농귀촌상담실을 중심으로 귀농귀촌 선배, 농촌지도자 등과의 멘토링제를 운영하고 자율모임 운영 등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귀농귀촌을 결심한 순간부터 성공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경기 양평 =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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