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 580만원 맞벌이, 매달 적자만 155만원 왜?

2012. 4. 28. 19:22생활의 지혜

월수 580만원 맞벌이, 매달 적자만 155만원 왜?

[이로운 살림살이]<9>생활인을 위한 푼돈 절약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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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에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는 대신 직접 내려 텀블러에 담아 다니면 가계부뿐 아니라 환경에도 이롭다. ⓒ사진=이효영 대학생사진기자
경기도 수원에 사는 직장인 박미식 씨(가명·40)는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면서 매일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때운다. 자가용 운전대를 잡기 전 담배 한 갑 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점심에는 인근 식당가에서 밥을 사먹는다. 식후에는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산다.

맞벌이하는 박씨 부부는 외식비 등 식비로 월 120만 원을 쓴다. 부부가 월 580여만 원을 벌지만, 매달 적자만 155만 원에 이른다. 대출이자 220만 원, 교육비 100만 원, 주거생활비 35만 원 등 고정지출만 합해도 440여만 원이 든다. 변동지출을 줄인다 해도 경조사비, 의료비, 도서비를 줄일 수는 없다. 방법이 없을까?

◇변동지출부터 줄여야=경제교육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의 김미선 공공사업본부장은 "맞벌이 부부한테는 흔히 소득 착각 현상이 일어난다"며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잃으면 변동지출은 쉽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올바른 소비의 순서는 이렇다. 소득에서 먼저 이자와 할부금 등 금융비용을 떼어둔다. 주거생활비, 공과금, 보험료와 저축은 다음 순서다. 그 다음에 자녀교육비, 식비, 교통비 같이 줄일 수 없는 변동지출의 예산을 짠다. 경조사비, 용돈, 건강유지비 같은 변동지출은 가장 나중에 예산을 배정한다.

절약할 때 순서는 반대다. 변동지출부터 줄여야 한다. 김 본부장은 특히 푼돈을 아끼라고 조언한다. 박 씨가 매일 쓰는 푼돈은 1만4000원이었다. 샌드위치와 커피에 7000원, 담뱃값에 2500원, 식후 커피 값에 4500원을 썼다. 한 달이면 35만 원, 1년이면 420만 원이었다. 통신비는 한 달에 30만 원, 1년에 360만 원을 썼다. 푼돈 지출과 통신비를 반으로 줄이면 390만 원의 연간 적자가 줄어든다.

푼돈 아끼겠다고 삶의 질을 낮출 필요는 없다. 하루에 2잔 마시던 커피를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 사는 대신 커피머신, 혹은 드립커피로 바꿔보자. 스타벅스커피 1잔 값으로 질 좋은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 9잔을 마실 수 있다. 종이컵 사용을 줄여 환경에도 이롭다.

◇"지름신 못 이기면 마트 끊어라" = 지출 계획만 세워도 쓸모없는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도보 5분 거리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6곳이 있는 부천시 상동의 강영순 씨(39)는 3인 가족 한 달 식비가 30만 원이 넘지 않는다.

강 씨는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보되 한 번 결제 금액을 10만 원 미만으로 조정 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할인상품, 1+1 상품의 유혹을 피하는 비결은 단순하다. '장보기 전에 살 상품 목록을 적어서 들고 간다. 바구니가 묵직해지면 더 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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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뉴스1 김형진=hj0110


그러나 대다수 생활인은 대형마트에서 쇼핑카트를 미는 순간, 주머니 속 장보기 목록을 잊는다. 쇼핑카트는 구매 상품의 무게감을 없애 그걸 미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골랐는지 잊게 만든다. 다른 이들이 길게 줄을 선 계산대 앞에선 카트 속 상품을 다시 골라서 빼놓는 '용기'를 발휘하기 힘들다.

다음 짠돌이카페 운영자 이대표 씨는 "대형마트가 주는 편리함과 문화적 혜택은 고객들한테 매우 매력적이라 마트에서 하루를 보내는 '마트나들이'가 생겼을 정도"라며 "대형마트는 충동구매와 대량구매, 쇼핑중독을 일으켜 지출을 늘리는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출을 줄여 통장을 살찌우고 싶다면 충동구매를 줄이는 게 필수"라며 "지름신이 통제가 되지 않을 땐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에 가서 장바구니를 들면 불편해서라도 많이 사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매일 몇 천 원 아껴 7년 모으니 2000만 원 = 푼돈을 아끼면 상당한 종잣돈이 된다. 결혼 12년차 전업주부 이미정 씨(가명·39)에겐 남편과 시댁이 모르는 '비상금' 2000만 원이 있다. 부부가 돈을 모은 걸 알면 "좋은 물건(부동산)이 있으니 모아서 투자하자"며 들고 가곤 하는 시아버지 때문에 오랫동안 맘고생을 했던 탓이다. 매일 몇 천 원, 매달 십여만 원씩 모은 푼돈은 7년 후 가슴 뿌듯한 목돈이 됐다.

이 씨는 적립식 펀드, 저축상품을 잘 활용했다. 적립식 펀드에 처음엔 최소 불입금 10만 원을 넣고, 다음 달부터는 5만 원씩 넣었다. 신문 1면에 종합주가지수 2000 돌파 뉴스가 나오면 환매 후 예금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자투리 돈은 자유식 예금 통장에 넣었다.

푼돈 지르는 충동을 없애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지름신 통장'을 제안한다. 다달이 푼돈을 모아 30만 원, 50만 원 목돈을 만들어 '정말 원하는 것'에 지르는 게 목적이다. 제 대표는 "지름신 통장을 만들면 모으는 즐거움, 쓰는 즐거움이 둘 다 커진다"고 귀띔했다.

[팁]푼돈으로 목돈 만들기 노하우
▷커피는 직접 내려 마신다. 테이크아웃 커피 1잔 값으로 질 좋은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 9잔을 마실 수 있다.
▷매달 지출 예산을 짜고 예산에 맞는 항목에만 지출해 충동구매를 막는다.
▷지름신이 잘 내리는 스타일이라면 대형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간다. 장바구니가 무거워서라도 많이 살 수가 없다.
▷체크카드를 사용해 지출 내용을 바로바로 파악한다.
▷작은 돈이라도 적립식 펀드, 적금 등 금융상품에 넣어 묶어둔다. 복리의 마법은 작은 금액에도 작용한다.
▷소비하는 즐거움을 위해선 '지름신 통장'을 따로 만들어뒀다가 정말 쓰고 싶을 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