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부부사랑 표현 어떻게 했을까

2012. 5. 22. 09:0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500년 전 부부사랑 표현 어떻게 했을까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 복원, 21일 부부의 날 맞아 공개 경향신문 | 원희복 선임기자 | 입력 2012.05.20 22:47 | 수정 2012.05.21 14:05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못 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500년 전 남편의 정이 담긴 애절한 편지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의해 복원, 공개됐다(사진). 15세기 중반에서 16세기 전반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한글 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의미가 있다.

이 편지는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 종중의 분묘 이장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남편 나신걸의 부인 신창 맹씨 목관의 맹씨 머리맡에서 발견됐다. 이 편지는 당시 남편 나신걸이 함경도 군관으로 부임해 근무하던 중 고향에 있는 부인 맹씨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 뒷장에는 '회덕 온양댁'이라고 수신인이 적혀 있다.

본문 중에는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가네"라고 부인에 대한 애절한 사랑과 집을 그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바늘은 매우 귀한 수입품으로 알려져 있다.

편지글은 고어 한글로 정성스레 썼고 특히 16세기 사용되던 경어체 '~하소'라고 적어 부부가 서로 존칭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20일 "부부의 날을 맞아 조선시대 부부의 정과 생활상을 담은 기록물을 복원했다"며 "조선시대 부부관계, 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은 한지에 쓰인 이 편지를 초음파 봉합처리 기술로 복원해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복원된 이 편지는 대전선사박물관에 보관된다.

<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