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0만원' 받는 일인데, 서로 하겠다며…

2012. 6. 3. 09:3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月 20만원' 받는 일인데, 서로 하겠다며…

 

[머니투데이 구경민기자]
[34개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노인 일자리 늘려야]

최근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는 전화 문의에 답하느라 일을 볼 수가 없다. 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시니어순찰대'를 가동하기 위해 수십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최대 6000여 명의 고령자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노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순찰대'로 선발되면 월 20만 원이 지급되는데, 희망자가 줄을 서 있어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 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 달에 20만 원이 적다면 적은 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월 9만 원의 기초노령연금에 의존하는 빈곤층 노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금액"이라며 "시니어순찰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면 가난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니어인턴십'을 도입해 47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매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 일자리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004년 170억 원에서 지난해 1672억 원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노인 일자리 수도 3만5000개에서 22만 개로 확대됐다.

하지만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취업 노인은 전체 노인의 68%에 이른다. 노인 10명 중 7명은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일자리 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한국의 노인빈곤율(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미만에 속하는 노인의 비율)이 45%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밝혔다.

이처럼 가난에 시달리다 보니 노인들이 일을 하려는 동기도 여타 국가처럼 인간관계 형성이나 건강유지 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10년)를 보면 고령 임금근로자(55~79세)의 과반수인 49.7%가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 이어 용돈(21.5%), 건강유지(15.4%), 사회관계형성(3.7%)등의 순서였다.

빈곤한 생활은 자살로 이어져 노인 자살율은 지난 2000년 301명에서 2007년 850명, 2010년 1102명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라며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을 하는 노인은 일을 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낮고, 가구 빈곤도 14.7%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김숙응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실버산업전공 주임교수는 "정부가 노인 문제 개선을 위한 제도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며 "현재 제공되는 일자리들은 단순 업무에 불과하고 기간도 짧은 만큼 장기 취업률을 높이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시니어뉴비전대표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사회 참여를 통한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의료비 감소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은 노인에 투입되는 복지 예산이 15~20% 수준인데 우리는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5~10%까지라도 예산을 늘려 나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내년 노인 일자리 수를 올해보다 21% 늘린다는 계획 아래 예산 확보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니어 인턴십을 도입하는 등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는데, 노인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연금제도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