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세 경영자들, 나이도 어린데 실력이…

2012. 6. 6. 10:20C.E.O 경영 자료

코스닥 2세 경영자들, 나이도 어린데 실력이…

코스닥 2세 경영인들, 구원투수로 회사 살리고 제2도약도

 

 

“양복 보다는 안전제일 마크가 붙어있는 감색 현장점퍼가 더 잘 어울리는 성실한 엔지니어출신 사장님에서 매끈한 갈색구두에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준 슬림핏 슈트를 걸친 멋쟁이 사장님으로.”

코스닥시장이 올해로 개설 16년째를 맞이하면서 80~90년대에 설립돼 코스닥 진입에 성공했던 기업들의 2세 경영시대가 열리고 있다. 환갑을 훌쩍 넘긴 창업자들이 30~40대의 젊은 2세에게 경영권을 속속 넘기고 있다.

경제성장기에 맨주먹 하나로 창업에 나서 번듯한 중소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주와 소비세대인 2세 경영자들은 외모부터 경영철학까지 많은 점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2세 경영자들은 속칭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다. 창업주 세대는 근검절약과 성실이 신조였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경영대학원 석사학위(MBA)를 취득하는 등 해외생활을 경험했고, 자본주의사회에서 소비의 미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린시절부터 몸으로 배웠다. 회사가 성장하고, 연봉이 올라가면 자동차를 바꾸는 등 그에 걸맞은 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2세 경영진들은 단순히 부모를 잘 만난 철부지들과는 차별화된다. 선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급거 구원투수로 경영 일선에 나서 보란 듯이 위기를 수습하고, 회사를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사례가 적잖다. 또 일찍부터 시간을 두고 경영수업을 받은 ‘준비된 경영자’로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킨 이들도 여럿이다.

◇부친 별세에 급거 경영일선..검증 끝난 2세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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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옵트론텍 대표
애널리스트나 기자들이 대전에 위치한 휴대폰 카메라용 적외선차단필터업체인 옵트론텍 (8,070원 상승30 -0.4%)을 방문하면 앳된 얼굴의 젊은 사장이 나와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답변을 한다. 외모는 영락없는 기획실 과장급이지만, 명함에는 대표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임지윤 옵트론텍 대표는 선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지난 2006년 1월 20대의 새파란 나이에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일선에 나섰다. 이후 이미지센서 등에 대한 전문기술력을 확보한 해빛정보를 인수, 우회상장에 성공하면서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

일각에서는 우회상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옵트론텍은 이후 애플, 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휴대폰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세계 이미지센서용 적외선차단필터시장을 독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임대표가 취임하던 2006년 300억이던 이 회사 매출액은 2010년엔 1200억으로 급성장했다.

옵트론텍은 500만화소 이상 필터시장의 50%, 800만화소 이상 필터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임 대표는 차세대 주력제품인 블루필터 전용 생산라인 구축에 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주인 선친의 작고로 MBA과정 중 급거 귀국, 지난 2005년 40대의 나이로 경영 일선에 나섰던 서영우 대양전기공업 (8,580원 상승20 0.2%) 대표 역시 2세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상장이라는 큰 숙제를 풀었다. 매년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지난 2009년 861억원이던 매출액을 지난해 924억원으로 늘렸다. 올해는 1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꼼꼼한 경영수업이 2세 경영 성공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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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오 대봉엘에스 대표
의사출신으로 유명한 박진오 대봉엘에스 (2,390원 보합0 0.0%) 대표는 부친의 엄격한 경영수업을 통해 준비된 경영자로 거듭난 케이스로 통한다. 지난 2001년 과장으로 입사해 영업과 개발업무를 거쳐 2003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박 대표가 취임하면서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2002년까지 100억원을 밑돌던 회사 매출액은 지난해 323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5년 12월에는 코스닥 상장이라는 회사의 숙원도 풀었다.

지창수 한국알콜 (3,185원 상승10 0.3%) 회장의 아들인 지용석 대표이사도 의사 출신이다. 지금은 한국알콜과 계열사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대표를 맡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한국알콜의 부설연구소로 출범한 이엔에프는 지난 2007년 지 대표 취임 후 꾸준히 성장,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코스닥기업 2세 경영진들이 작은 계열사나 협력관계의 대기업에 우선 입사해 밑바닥부터 철저하게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은 어느 정도 일반화된 공식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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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골프존 대표
지난해 코스닥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손꼽히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골프존 (53,900원 상승200 -0.4%). 갈색구두와 행커치프 등 여느 코스닥 대표와는 차별화되는 젊은 패션으로 주목을 끌었던 인물이 바로 김영찬 창업주회장의 아들 김원일 대표다.

김 대표 역시 2세 경영 참여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골프존의 지난 2010년 매출액은 1843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2098억원이다. 골프용품 유통, 골프장 운영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올 1분기만 60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반면 2세 경영이라는 타이틀이 낯 뜨거운 기업들도 여전히 적잖다. 코스닥 상장사인 E사는 부친인 K회장이 기업을 아들 K 전(前) 대표에게 물려줬으나 K대표가 횡령 및 배임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대표직을 상실했다. 2선으로 물러났던 K회장이 다시 지분을 늘리며 경영 일선으로 복귀, 회사 정상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코스닥 2세 경영자들에 대해 ‘부의 세습’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공개(IPO) 등 회사의 해묵을 숙제들을 단숨에 풀어내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발굴하는 등 이른바 능력있는 2세 경영진들의 잇따른 등장은 2세 경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기업 CEO들이 최근 주가 못지않게 고민하는 사안이 바로 2세 경영”이라며 “여전히 자질이 부족한 2세에게 경영을 넘겨줬다가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보니 미리미리 상속을 비롯해 후계 관련 사안들을 준비는 CEO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