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1개 1000원… 저질제품도 “최고” 거짓홍보

2012. 7. 20. 08:56이슈 뉴스스크랩

댓글1개 1000원… 저질제품도 “최고” 거짓홍보

소비자 기만하는 ‘허위·과장 댓글’ 상술 문화일보 | 최준영기자 | 입력 2012.07.19 11:51

 

"유명 블로그 등에 업체 홍보댓글 5개를 달면 서비스 이용 요금을 할인해 준다고 하더군요. 업체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댓글을 다느라 애 좀 썼습니다."

직장인 이모(여·29) 씨는 최근 딸의 돌잔치를 치르면서 계약한 업체로부터 생각하지 못했던 '제안'을 받았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의 홍보를 위해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 홍보 댓글 5개를 달면 1인당 3만5000원의 비용 중 2000원을 할인해 주겠다는 것.

고민하던 이 씨는 결국 유명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업체 홍보댓글 5개를 달았다. 100명의 인원만 따져도 2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할인받을 수 있었기 때문. 이 씨는 "계약 업체가 특별히 장점이 있다고는 생각 못했지만 '최고의 시설, 최고의 음식' 등의 문구와 함께 돌잔치 사진까지 게재했다"며 "업체의 이름과 사진이 꼭 들어가고 인터넷 검색에도 걸려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여·26) 씨도 이 씨와 같은 사례. 인터넷 쇼핑몰에서 진동파운데이션을 구입한 박 씨에게 업체는 홍보댓글을 달면 제품 1개를 더 주겠다고 했다. 박 씨는 "나도 업체에 게재된 댓글을 보고 제품을 구입했는데 댓글과 달리 제품의 질이 떨어져 실망하던 차에 업체 측에서 사은품을 제안해와 거짓 댓글을 달았다"며 "피해자가 다른 사람을 똑같이 속이게 된 셈이라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이 사업체의 불법상혼으로 얼룩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등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적은 비용으로 큰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에서의 허위·과장 댓글이 업체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유형도 가지가지다. 각 업체들은 할인 및 사은품 제공을 미끼로 자사 고객들에게 홍보댓글 작성을 유도하거나 직원들을 활용해 거짓후기 등을 작성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주고 '댓글알바'를 고용해 업체홍보에 열을 올리는 곳도 있었다. 최근 공정위가 연예인 쇼핑몰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회사 직원에게 거짓 후기 등을 작성하게 한 업체 등에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허위·과장 댓글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17일 문화일보가 인터넷 공간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사진관·아기용품점·의류 쇼핑몰 등 여러 업체에서 거짓댓글을 유도하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K사진관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에 일반회원들은 볼 수 없는 VIP게시판을 운영하며 '카페미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자는 VIP회원들이 정보게시물 10개나 홍보댓글 20개를 달면 공짜로 매직액자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B아기용품 업체는 게시물 5개, 홍보댓글 10개를 붙이면 친환경 기저귀가 공짜라고 독려했다.

업체와 댓글알바생을 연결시켜 주는 구직사이트들도 적지 않았다. D업체의 경우 알선 외에도 직접 게시글을 올려 자사기준에 맞춰 블로그에 글 1개를 올리면 1000원, 회원 1명을 가입시키면 2000원을 제공하겠다면서 댓글알바생을 홍보수단으로 이용했다.

문제는 이처럼 난무하는 허위·과장 댓글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성경제 공정위 전자상거래 팀장은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결국 사업자와 먼저 구매한 사람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조작된 정보를 제공받는다면 기만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성 팀장은 "정확한 통계 집계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업계에도 제살 깎아먹기식 부메랑으로 돌아간다. 댓글알바 사용이 드러날 경우 업체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기반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등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임근영(29) 씨는 "허위 댓글이 너무 많아 이제는 댓글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까지 생겼다"며 "업체입장에서야 단기적으로 홍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기만당한 소비자들은 업체의 제품과 이미지 등을 더이상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등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제21조 1항 등에 따라 허위댓글을 처벌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적발될 경우 시정조치와 함께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점검해 조작된 댓글을 확인하는 데도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허위·과장댓글로 볼지 기준도 모호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허위댓글 차단을 위해 필터링 시스템과 모니터링 인력을 운영하지만 업체의 댓글홍보 수법이 이를 통과할 정도로 교묘해져 어려움이 많다"며 "결국 업체 스스로 인터넷 공간 정화를 위해 허위댓글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업체인 이투스의 경우 지난해 댓글 알바를 쓴 사실을 '양심고백'한 후 "업계의 관행인 댓글 알바 사용을 근절해 정보공간이 깨끗하게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매우 드문 사례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가 자사의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에게 댓글홍보를 부탁한 것을 소비자 기만으로 보고 처벌해야 할지 판단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