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지만 貰 살아요” 5년새 70% ↑

2012. 7. 27. 07:59부동산 정보 자료실

“집 있지만 貰 살아요” 5년새 70% ↑

국민일보 | 입력 2012.07.26 18:48

 

집을 갖고 있어도 세를 사는 가구가 5년 새 70%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소유와 거주의 불일치 현상은 가구주의 교육 수준이 높고, 수도권에 살며, 학생 자녀가 있을수록 심하게 나타났다. 살고 싶은 주거 기대치와 실제 살(구매) 수 있는 능력치 간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 '2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 실린 '주택 소유와 거주의 불일치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66만7000여 가구였던 불일치 가구 수는 2010년 114만여 가구로 70.8% 급증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다. 불일치 가구란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의 집을 임차해 사는 경우를 지칭한다.

불일치 가구의 비중은 수도권에서 유독 높았고 최근 5년 새 증가폭도 컸다. 2010년 기준 수도권의 전체 가구 중 불일치 가구 비중은 9.3%였고, 세입가구 중에는 17.6%나 자기 집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엔 각각 5.5%, 11.3% 수준이었다. 시·군·구 단위로는 용인 수지(34.6%)에서 불일치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과천(34.4%), 서울 서초(31.2%), 성남 분당(29.5%), 안양 동안(27.5%), 고양 일산(27.0%), 서울 강남(26.4%) 등으로 수도권 중에서도 새로 조성돼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나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이를 반영하듯 학생 자녀를 둔 가구일수록 불일치 현상도 심해졌다. 가구주의 성별과 연령, 학생 자녀 유무, 가구 소득 등의 변수를 넣고 분석한 결과 초·중·고 학생이 있는 가구의 경우 소유·거주가 분리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9배 높게 나타났다. 또 가구주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주택 불일치 확률이 4배 이상 높아졌다. 경제적으로는 자산이 적을수록 불일치 확률이 증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주택의 소비 수준, 즉 거주하고 싶은 주택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그러한 조건을 갖춘 주택을 사기에는 경제적 여력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동시에 여전히 집을 소유하려는 투자수요도 높아 '무늬만 세입자'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양호한 주거환경을 갖춘 주거지가 많이 조성되고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이동자 수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이동자 수는 54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감소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