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90%까지 돈 빌렸다가…한해 1만건씩 경매 넘어가

2012. 7. 20. 08:42부동산 정보 자료실

2008년과 2009년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보험사나 저축은행, 캐피탈(여신전문회사) 등 2금융권으로부터 과도하게 돈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해 보유했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건수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한 해 평균 1만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전체 경매의 12~13%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LTV(Loan To Value·담보가치 대비 대출금 비율)를 시중은행보다 느슨하게 관리한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집값 90%까지 돈 빌렸다가…한해 1만건씩 경매 넘어가

조선비즈 | 전재호 기자 | 입력 2012.07.17 11:31 | 수정 2012.07.17 14:36

↑ 그래프=박종규

17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보험사·저축은행·캐피탈이 대출금을 못 받아 경매를 신청한 부동산 물건 수는 수도권에서만 지난해 1만1528건으로 집계됐다. 2010년 1만2051건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009년(1만788건)보다는 약 7%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5653건의 경매가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은 부동산 소유자의 소득이 높아도 집값의 최대 50~60% 수준까지만 돈을 빌려주지만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은 한때 시세의 70~90% 이상까지 담보를 잡고 대출해줬다. 이에 따라 집값이 조금만 내려가도 담보가치가 하락해 대출 상환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용산구 도원동의 전용면적 114㎡(34.5평) 아파트 소유자는 2008년 주택을 담보로 A캐피탈로부터 돈을 빌렸다. 당시 A캐피탈은 2008년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주택에 대해 각각 7억8000만원과 60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했다. 보통 캐피탈은 빌려준 돈의 130%까지 담보를 설정하기 때문에 실제 빌려준 돈은 약 6억4500만원으로 추정된다.

2008년 6월 8억7000만원이던 이 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5월부터 7억5000만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세가 하락하고 대출금을 못 갚자 A캐피탈은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고 이를 갚지 못하자 지난해 12월 6억4591만원을 받기 위해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그동안 갚은 원금은 빼고 아직 못 받은 원금과 이자를 합해서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집은 지난 3일 5억7040만원에 낙찰돼 A캐피탈도 청구한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2009년 7월부터 시중은행의 LTV를 60% 이내에서 50% 이내로 강화하면서 그해 10월부터 보험사와 저축은행, 캐피탈의 LTV 요건도 강화했다. 보험사는 LTV를 60%에서 50%로, 저축은행은 70%에서 60%로 낮췄다. 캐피탈은 LTV 제한이 없었다가 이때서야 60% 이내로 적용했다. 당시 집값의 80~9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은 경우 아직 경매에 나오진 않았더라도 가격이 하락하면 언제든 경매로 넘어올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진행된 경매 건수가 가장 많았다. 경기도에서는 2009년 이후 매년 평균 7100건 안팎의 경매가 진행되고 서울이 2650건, 인천이 1640건이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최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경매로 처분돼도 부채가 모두 청산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부동산을 담보로 무리하게 대출받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