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회 날씬하게”… 美-英 ‘2S 낮추기’ 전쟁

2012. 7. 29. 09:39지구촌 소식

“뚱뚱한 사회 날씬하게”… 美-英 ‘2S 낮추기’ 전쟁

‘설탕·소금 규제 논쟁’ 시끌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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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의 전쟁 중인 미국과 영국에서 소금과 설탕에 칼을 빼들었다. 미국 뉴욕에서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추진하는 대용량 가당(加糖)음료 판매 규제를 두고, 영국에서는 소금과 설탕, 지방 함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신호등 표시제’ 강제 시행을 두고 정부 측과 업계 측의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가당음료 판매 제한’ 추진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공공장소 내 대용량 가당음료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인 뉴욕에서 24일 공청회가 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문제가 처음으로 논의된 자리에서 양측의 주장이 날카롭게 대립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건 관련 학자와 교수들은 “법안이 뉴욕시의 비만율, 특히 저소득층의 비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찬성하고 나섰다. 그러나 음료제조사와 유통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조치가 통과되면 식료품점, 식당, 극장, 스포츠센터, 공원 등에서 16온스(약 453g) 이상의 가당음료는 판매가 금지된다.

금지 품목에는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부터 에너지드링크, 달콤한 아이스티 등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모두 포함된다. 무설탕 탄산음료와 과일주스, 알코올 음료, 유제품 음료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NYT는 “이 조치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시 보건국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시 보건국은 블룸버그 시장이 임명한 사람들”이라며 9월에 보건국에서 이 조치를 통과시킬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토머스 팔리 보건국 위원에 따르면 뉴욕시 성인은 절반 이상이 비만이거나 과체중 상태이며 시민의 3분의 1은 매일 한 개 이상의 가당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격탄을 맞게 될 음료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뉴욕시 음료협회의 대변인 스테판 프리드먼은 “비만을 음료 탓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과거 뉴욕시에서 처음 시작한 공공장소 금연조치 등이 세계적 추세로 퍼진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설탕과의 전쟁’도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코카콜라, 펩시, 닥터 페퍼 등 미국 탄산음료 공급업체 ‘빅3’는 이에 대비해 주력상품을 주스나 생수 등으로 바꾸고 있다.

◆영국 ‘신호등 표시제’ 추진

영국을 중심으로 호주와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비만의 또다른 주범인 소금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가공식품에 과잉섭취 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소금과 설탕, 지방에 대한 함량 표시를 단계별빨강·노랑·녹색 등으로 분류해 소비자들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신호등 표시제의 전면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23일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암 연구기금(WCRF)은 최근 영국의 위암 환자 중 7분의 1이 염분 과다 섭취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WCRF는 “하루 권장 소금 섭취량은 6g 이내지만 실제 영국인들은 평균 8.6g을 섭취하고 있다”며 “매년 새로 발병하는 6000명의 위암 환자 중 14%에 해당하는 800명은 일일 권장 섭취량 이내로 염분 섭취를 제한하기만 해도 발병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케이트 멘도자 WCRF 건강정보팀 책임자는 “영국인들이 섭취하는 염분의 4분의 3은 가공식품을 통한 것”이라며 신호등 표시제의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염분 과잉섭취가 비만과 위암 외에도 고혈압과 심장질환, 골다공증과 신장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식품 업계가 이를 꺼리고 있어 강제적인 전면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BBC는 전했다.

신호등 표시제는 식품기준청(FSA)에서 지난 2006년 처음 도입된 이후 영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인베리스 등 일각에서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테스코나 모리슨 등 다른 유통업체와 켈로그 등의 가공식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의 여지가 더 넓다”는 이유를 대며 여전히 이전 기준인 일일권장량 표기를 고집하고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