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돈 홍수’ 2.99% 사상 최저 금리 … 회사채까지 등장

2012. 8. 3. 07:55C.E.O 경영 자료

채권시장에 ‘돈 홍수’ 2.99% 사상 최저 금리 … 회사채까지 등장

중앙일보 | 김수연 | 입력 2012.08.03 00:18 | 수정 2012.08.03 00:24

 

2.99%.

 요즘 예금자가 낮다고 불평하는 정기예금의 이자가 아니다. 3%대 중반인 은행 정기예금도 이보다는 더 준다. 롯데쇼핑이 7일 발행하려고 하는 채권의 금리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일반 기업이 발행한 채권금리 중 가장 낮다. 한국 경제가 이제껏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저성장·초저금리 시대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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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7일 발행하는 3년 만기 채권 금리가 '국고채(3년) 금리에 0.2%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정해졌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고시 3년 국고채 금리(2.79%)를 기준으로 하면 발행금리는 2.99%가 된다. 발행 하루 전날인 6일 국고채 금리가 오른다면 3%대 초반이 되고 떨어진다면 발행 금리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인수 자금 등으로 쓰려고 3·5·7년 만기 채권을 모두 7800억원어치 발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AA+'. 예상 발행금리 2.99%는 동급 회사채 평균(3.12%)은 물론, 신용등급이 AAA로 더 높은 주택금융공사(3.02%) 등 일부 공기업 채권 금리보다도 낮다. 한국은행 기준금리(3%)와 비슷하다.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 롯데쇼핑이 이렇게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건 '채권에만 돈을 묻어두겠다'는 투자자가 줄을 섰기 때문이다. 유럽 위기와 세계 불황이 길어지며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의 극심한 쏠림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경제가 악화하면 투자자 심리가 극도로 불안해지고, 수익은 적더라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작은 안전자산에 돈을 묻어두고 보자는 행동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니 회사채 금리도 따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채권 쏠림 덕에 기업은 금융시장을 통해 은행보다 싼 장기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저금리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국고채와 몇 안 되는 우량 대기업 채권만 찾는다.

 이런 투자 분위기 때문에 국고채 금리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7월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로 급락(채권값 상승)하기 시작해 같은 달 25일 2.78%(국고 3년)까지 떨어져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채권을 사자'는 열기는 8월의 불볕더위만큼 뜨겁다. 7월 채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액은 19조49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13조2540억원보다 43.7% 늘었다. 반면에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일평균 8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금리가 1%대로 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돈이 넘치니 과거 찬밥 취급을 당했던 장기채 거래도 활기가 돈다. 7월에 만기가 10년을 넘는 국고채는 5140억원 거래돼 전체 국채 거래량의 3.7%를 차지했다. 3년 전인 2009년 7월 비중은 0.7%에 불과했었다. 장기채를 찾는 이들이 늘자 정부는 9월 처음으로 30년 만기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초저금리는 자금을 싸게 조달할 수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좋지만 투자자에게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며 "기대수익이 너무 낮아 채권을 권하기도 어렵지만 대안이 없어 투자를 말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sean1008@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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