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명이 年 170억원 매출… 삼성도 굽신

2012. 8. 12. 09:31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직원 50명이 年 170억원 매출… 삼성도 굽신

[Small Champion] 日 하드록공업의 성공 비결

"보고 만지는 모든 것이 스승"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 발굴, 직원 50명이 年 170억원 매출
창립 이후 38년간 연속 흑자… 삼성 등 대기업들도 견학 와

中企가 세계시장에 도전할 땐
생산은 아웃소싱 하더라도 영업은 반드시 자체적으로
스스로 시장 파악하지 못하면 대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전락

2002년 5월 10일 낮 1시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19㎞ 떨어진 하트퍼드셔(Hertfordshire) 지역의 포터스바역. 이 역으로 들어오는 4량짜리 열차가 선로 이탈하면서 역 승강장에 충돌했다. 7명이 숨지고 80명이 부상당한 대형 참사였다.

그로부터 4년 뒤. 영국 BBC방송은 이 사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BBC가 사고의 원인을 지목한 이유가 영국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일본의 하드록(Hardlock) 공업이 만든 '절대 풀리지 않는 나사'인 '하드록 너트(nut)'를 썼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당시 철도회사의 잘못된 방침이 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영국 고속철도 당국은 즉각 하드록 공업의 나사 2만개를 매월 공급받아 열차 차량과 궤도, 전력 공급선에 교체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일본 신칸센(新幹線)과 한국 KTX, 호주·독일·중국·대만의 고속철도, 도쿄 스카이트리(634m의 전파탑) 등 세계 곳곳의 주요 대중교통과 랜드마크에 이 제품이 쓰인다. 1974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38년 동안 단 한 해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는, '38년 연속 흑자 기업'인 하드록공업을 미국 뉴스위크지(誌)는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100대 중소기업'(2007년)으로 선정했다.

하드록 공업의 와카바야시 가쓰히코 사장이 대형 하드록 너트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생활 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통한 발명 정신이 중소기업에 가장 중요하다”며“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다 보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오사카=이신영 기자

종업원 50명을 둔 하드록공업이 만드는 제품은 지름 2~3㎝ 크기의 나사(판매가격 1400원), 스크루드라이버 등이다. 이들을 팔아 벌어들이는 연간 매출액은 12억엔(약 170억원·올해 6월 회계기준)이다. 지금까지 삼성·파나소닉 등 대기업과 해외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을 100회 넘게 견학 오게 만든 이 작은 회사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Weekly BIZ가 하드록공업 현지 취재를 통해 3가지 비책을 해부했다.

①생활 속에서 온리원(only one) 상품 발굴해 롱셀러(long seller)화 하라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동부에 있는 위성도시 히가시오사카(東大阪). 7000여개의 공장이 밀집한 중소기업의 '메카'인 이곳에 하드록공업 공장 4곳이 100% 풀가동 되고 있었다. 직원들이 나사절삭기로 나사 수십만개를 깎고 포장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80세를 바라보는 다부진 체격의 하드록공업 와카바야시 가쓰히코 사장(若林克彦·79)은 밸브설계기사 출신으로, 과거 국제전람회에서 본 풀림방지너트에서 힌트를 얻어 1974년 낡은 창고에서 직원 3명과 함께 하드록공업을 창업했다.

"인간의 뇌가 실제 사용되는 부분은 전체의 2%밖에 안 되고 98%는 잠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세상 모든 물건의 완성수준은 60% 정도이며, '보고 만지는 모든 것이 나의 스승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좌우명은 '발명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활 속에서 발굴하고 발명하는 것은 하드록공업을 움직이는 핵심 정신이다. 예컨대 80평짜리 허름한 작은 창고에서 출발한 하드록공업은 초기 창업자금이 400만엔(약 5700만원)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가쓰히코 사장과 임직원은 초창기에 너트 생산을 접었다. 대신 일반 프라이팬보다 5배는 더 빠르고 많이 계란을 말 수 있는 '계란말이용 프라이팬'을 개발했다. 그 결과 2년 동안 매일 5000개씩 팔아 2000만엔을 벌었고 이를 자본금으로 재투자했다.

하드록 너트도 생활 속에서 탄생했다. 너트가 쉽게 풀린다는 불만이 고객으로부터 터져 나와 '한 번 조이면 풀리지 않는 너트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일본 신사(神社) 입구의 도리이(鳥居) 문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개의 수직으로 선 기둥과 이를 받쳐주는 빗장구조에서 '쐐기의 원리'를 이끌어내 너트에 도입한 것이다. 2005년 미국기계학회(ASME)는 "다른 너트는 30초~3분 안에 풀리지만 하드록 너트는 설계상 절대 안 풀린다"고 밝혔다.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창업 후 뒤 2~3년은 시장 침투를 위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끈질기게 참고 또 참아야 합니다. 그래야 15년 기한의 특허상품을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완벽한 상품 개발을 위해 철저히 파고들어 '혼'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힘은 '본업(本業)'에 충실하면서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틈새산업'을 메워주는 데서 나옵니다."

②분명한 원칙을 갖고 세계시장에 진출하라

하드록공업은 일본 NTT도코모·도요타·혼다·닛산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지만, 내수시장 매출 비율이 80%이고 해외 시장은 20% 정도다. 그런 하드록공업은 요즘 철도·선박·철탑 등 전통적인 고객 지향 구조를 벗어나 '고객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항공기 메이커인 보잉(Boeing)사와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보잉747기 한 대에만 1000만개가 넘는 나사가 필요하다. 타이베이(臺北)와 카오슝(高雄)을 잇는 345㎞ 길이의 대만고속철도에 400만개 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주목되는 것은 하드록공업 나름의 해외 진출 전략과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은 아웃소싱하되 영업은 반드시 자체적으로 한다는 게 첫 번째이다. 와카바야시 사장은 "하드록공업 직원 50명 중 10명은 영업사원인데 규모로 따져볼 때 많은 숫자"라며 "해외 시장의 니즈(needs)를 스스로 파악하고 국내 대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하지 않고 독립된 경영을 하기 위해선 영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CEO의 통념을 깨는 훌륭한 인재 확보이다.

"저는 제품을 만드는 발명가이지, 경영자는 아니었습니다. 하드록공업의 성공은 수십년간 '국가의 위신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해외 고객이 원가 이하 수준의 납품을 요구를 할 때도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고 세계에 회사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 훌륭한 부하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셋째 복제품이나 짝퉁제품에 철저하게 사전대비하는 것이다. 하드록공업은 해외 7개국에 제품특허를 취득해 놓았는데, 기존 특허가 소멸하기 전에 새로운 기술로 새 특허를 취득해 복제품 범람을 원천 차단한다. 또 해외 수출제품의 판매대금을 지급받을 땐 반드시 엔화로 받도록 계약을 체결해 엔고(円高) 현상을 피해가고 있다.

③직원에게 기업철학을 매일 교육시켜라

마지막 성공 요인은 CEO가 직접 기업철학을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상호 소통에 주력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한 대학을 졸업한 다음 국내 기업 취업 대신 하드록공업에 입사한 한국인 김병수(29)씨는 "하드록공업은 비록 로우엔드(low end) 업종의 기업이지만 기업철학과 비전이 글로벌 기업 못지않게 창창하다"고 말했다.

하드록공업은 오전 8시 30분이 정식 출근시간이지만, 모든 직원이 8시에 출근한다. 그리고 8시 15분까지 본사 주변을 깨끗이 청소한다. 와카바야시 사장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쓰레기 없는 바닥을 쓸면 마음마저 깨끗해진다"며 직원들과 청소를 30년 넘게 같이 해왔다.

매일 임직원이 돌아가면서 단체 체조 진행을 맡는 것도 독특하다. 진행자의 사회와 동작에 맞춰 전 직원이 함께 체조운동을 한다. 체조가 끝나면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이념을 같이 복창(復唱)한다. 경영이념은 아래 세 가지이다.

"풍부한 창의력을 키우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자! 아이디어 개발을 통해 사회 발전에 공헌하자! 이 사회는 회사를 위한 도장(道場)이다!"

와카바야시 가쓰히코(若林克彦) 사장은

출생:
1933년 일본 오사카
학력: 오사카공업대학 졸업
경력: 밸브 생산업체 근무
후지산업사(현 후지정밀) 설립
1974년 하드록공업 설립
수상: 일본 경제산업성 ‘제3회 제조업일본대상’ 특별상(2009년), 일본 정부 훈장 ‘욱일쌍광장’(2009년)
저서: ‘나사 하나로 세상을 정복하다’(2012년)
좌우명: ‘아이디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