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지급액 상반기 5조원 육박 ‘특허권 비상’

로열티 지급액 상반기 5조원 육박 ‘특허권 비상’

경향신문 | 송진식·김형규 기자 | 입력 2012.08.28 21:30 | 수정 2012.08.28 23:40

 

국내기업들이 해외기업에 지급한 로열티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국제수지에서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지급액은 올해 상반기 43억800만달러(4조8896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늘었다.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는 국내기업이 상표나 특허기술 같은 지적재산권 등을 사용한 대가이다.

국내기업의 특허권 수출 등을 통한 수입 역시 상반기에 20억5300만달러로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수입에서 지급액을 뺀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무역수지는 적자였다. 무역수지는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3억400만달러, 9억51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상반기에 총 22억5500만달러 적자였다.

특허권 관련 지출이 늘어나는 건 외국 특허를 이용한 기업의 생산 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로열티 지급액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영업이익은 줄어들고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기업과의 특허분쟁 사례도 늘고 있다. 주로 미국기업들이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기업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특허침해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과 판매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오롱은 첨단 섬유인 '아라미드'의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놓고 미국의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과 1조원대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듀폰은 2009년 "코오롱이 전직 듀폰 직원을 고용해 아라미드 제조와 관련된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코오롱을 미국 법원에 제소했다. 코오롱은 2005년 세계 세번째로 아라미드 제조에 성공한 뒤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렸다. 듀폰은 아라미드 시장의 47%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코오롱은 "해당 자료는 이미 공개된 것이라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지만 미 법원은 지난해 11월 코오롱에 9억2025만달러(약 1조44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코오롱은 1심 판결이 끝나는 대로 항소할 방침이다.

LG전자는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과 냉장고 특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월풀은 LG전자의 미국 시장 내 냉장고 판매가 매년 확대되자 2009년 미국 특허청에 "LG전자 냉장고 기술 일부는 우리가 먼저 개발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올 초 나온 1심 판결에서는 LG전자가 승소한 상태다.

특허를 사들인 뒤 특허료 수입만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기업인 '인터디지털'은 올해 팬택과 LG전자를 상대로 미 법원 등에 3세대(G) 이동통신기술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특허료 협상이 원만치 않자 곧장 법원에 제소한 사례다.

미 당국도 덤핑이나 가격담합 등의 혐의로 한국기업을 조사하는 등 자국 기업들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최근 삼성SDI와 LG화학에 대해 2차전지(충전지) 가격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43.5%로 세계 공급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송진식·김형규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