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공무원들 월급까지 은행서 빌렸다니…

2012. 9. 11. 08:36이슈 뉴스스크랩

[issue!] 인천시, 공무원들 월급까지 은행서 빌렸다니…

입력 : 2012.09.10 17:58

 

심각한 재정난으로 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렸던 인천시가 자산유동화 기법을 이용한 토지 매각으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인천시가 조달한 금액은 8000여억원. 지난 7일 인천시는 교보증권(030610) (4,685원▼ 5 -0.11%)컨소시엄과 송도 6.8공구 용지(송도동 308-1 외 2개 필지 34만7037㎡)를 처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교보증권은 송도 용지를 기초 자산으로 만든 구조화 상품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ABS의 한 형태) 발행을 주선했고, 교보증권이 설립에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은 이날 총 토지대금 8520억원의 95%인 8094억원을 계약금과 잔금으로 인천시 측에 납부했다.

이번 인천시와 교보증권 컨소시엄의 매매 계약은 ABCP 발행 규모로도 최대 규모다.

◆ 공무원 월급까지 빌려야 했던 인천시 재정난

인천시는 공무원 월급 4400억원을 은행에서 일시 차입해야 할 만큼 현재 재정 사정이 좋지 않다. 인천시교육청 법정 전출금, 시립 인천대 및 버스 지원금 등을 미납했고 인천도시철도와 인천아시아게임 등 건설공사에도 수천억원을 쏟아 부어야 했다. 시 안팎에선 ‘인천시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인천시의 채무비율은 33%에 달했다. 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될 수 있다. 재정위기단체가 ‘심각’ 등급으로 지정되면, 지방채 발행 권한이 중앙정부로 이전되는 등 각종 제약이 가해진다. 교보증권은 ABCP가 일반 은행 대출과 달리 인천시의 채무비율이 높아지지 않다는 점을 평가위원회를 통해 검증 받았다.

인천시는 확보한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교육청, 인천도시철도건설, 인천대, 운수업계 보조금 등으로 지출할 계획이다.

◆ 8000억원 조달로 일단 안도

보통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인 ABCP의 경우 매수자 자체가 많지 않아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교보증권 측은 예외적으로 3년 만기 CP를 발행했으며 대형 기관 2~3곳에서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이미 납부한 선불금을 상황에 따라 환불받을 수 있는 조건이 붙어있다. 인천 송도 부지의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계약 후 3년 혹은 5년 시점에 양자 합의로 토지를 반납하고 선불금도 다시 돌려주게 돼 있다.

보통 자산유동화증권(ABS)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때는 후순위 채권을 기업이 재인수하는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선불금 환불 조건은 이와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 그동안 LH공사, 천안시, 경기도시공사, 대구도시공사 등도 자산 유동화할 때 선불금 환불 조건부로 ABS나 ABCP를 발행한 적이 있다. 이번에 발행된 ABCP는 환불조건이 있기 때문에 인천광역시와 같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번 송도 6, 8구역 토지개발 시행사는 싸이러스송도개발인데, 싸이더스송도개발에 계약에 관한 모든 권리는 관리형 토지신탁사를 통해 신탁하도록 했다.

관리형 토지신탁이란 시행사의 토지를 신탁사가 위탁받아 사업의 주체가 되는 신탁 상품의 일종이다. 이렇게 되면, 시행사가 보유한 토지를 담보로 잡고 뜻하지 않은 불상사를 일으킬 위험이 줄어든다.

◆ 관건은 송도 국제도시 성공...실패하면 인천시 부담 더 커진다

인천시는 재정난 압박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매각한 토지의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도시 개발이 지지부진해 선불금 환불 사태가 나면 인천시는 계약금, 중도금 8000여억원뿐만 아니라 3년간 900억원에 달하는 이자까지도 내줘야 한다.

☞ 키워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란?

채권, 부동산,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통상 3개월에서 1년 만기의 단기 유동화증권으로 만기가 긴 일반 대출에 비해 금리가 낮다. 보통 기업이나 기관이 현금을 확보하거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