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굴욕?…끼워달라 애원하던 동유럽 이젠 등돌려

2012. 9. 19. 08:48C.E.O 경영 자료

유로존의 굴욕?…끼워달라 애원하던 동유럽 이젠 등돌려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 입력 2012.09.18 10:51 | 수정 2012.09.18 15:27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럽에서 비교적 못사는 나라들로 분류되는 구 공산권 국가들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가입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유로화 사용을 꿈꿨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그동안 유로존 가입을 희망해 왔던 불가리아와 폴란드 등은 최근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마니아가 그나마 유로화 도입을 계획중이나 아직 시기는 미정이다.

↑ 일러스트=박종규

◆ 불가리아·폴란드…"유로존 가입 실익 없어"

보이코 보리소보 불가리아 총리는 "유로존 국가들은 버릇 나쁜 아이와 같다"라며 "유로화 도입 계획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로존 국가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제금융에는 손을 벌리면서 금융 개혁에는 반대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폴란드도 대열에 합류했다. 폴란드는 지속적으로 유로존 가입에 퇴짜를 맞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2015년에 있을 재가입 추진을 미루고 있다. 유로존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따라 몇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가입이 승인된다. 요건으로는 2.4% 이하의 인플레이션율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 재정적자 등이 있다.

이들 국가가 유로존 가입에 회의적으로 돌아서자 유럽 통화 동맹의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패트릭 영 투자자문 전문가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불가리아마저 유로화에서 얻을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 "유로화 없어도 경제성장 무리 없어"

유로존 없이도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입 철회를 거들고 있다. 젬마 갓프리 브룩스 맥도널드 투자 전략가는 "가입을 주저하는 국가들이 예전과 달리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고성장 추세여서 유로존 없이도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중반 불가리아는 자국 통화 레바가 극심한 평가절하에 시달리면서 세 자릿수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하지만 통화위원회 설립 후, 경기가 안정되면서 실질임금이 10배로 늘어나 인플레이션이 한자릿수로 자리 잡혔다.

폴란드 역시도 수출보다 내수 위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대외적인 변수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이에 해외 투자까지 늘어 작년 말 기준 1975억달러 투자를 유치해 동유럽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유치했다. 전망이 밝은데 굳이 유로존 리스크를 함께 떠 맡아야 할 명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 루마니아, 나홀로 유로존 가입 희망

다만 루마니아가 여전히 유로존 가입 의사를 확고히 해 유로존의 체면을 살렸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이달 초 "유로존에 반드시 가입할 것"이라며 "유로존 가입은 경제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유로존이 평균적으로 0.2%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때, 1.2%의 성장을 달성해냈다. 또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도 올해 2.2%로 낮춰져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터 몬탈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루마니아의 성장세가 놀랍도록 강하다"며 "대외 변수에도 끄떡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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