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덕 안 보겠다” 주택연금 가입 급증

2012. 9. 26. 23:1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자식 덕 안 보겠다” 주택연금 가입 급증

경향신문 | 박재현·김경학 기자 | 입력 2012.09.26 21:27 | 수정 2012.09.26 22:52

 

오모씨(73·서울 수유동) 부부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2009년 말까지 자녀들이 주는 용돈 6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오씨는 용돈의 절반은 병원비와 약값으로 쓰고 나머지 돈으로 세금과 식비 등을 해결했다. 그런데 금융위기로 자녀들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용돈마저 끊겼다. 오씨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도 미안해 주택연금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후생활의 '마지막 보루'인 주택연금 가입자가 최근 5년 새 6배나 늘어났다. 주택금융공사가 26일 김기식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주택연금 가입건수는 2007년 515건에서 2011년 2936건으로 늘었다. 올해 8월까지 가입건수는 2007년의 6배가량인 3091건이었다.

주택연금이 첫선을 보인 뒤 누적가입자는 1만377건이었고 금액으로는 14조5921억원어치가 지급됐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노년층의 가치관이 '더 이상 자식 덕 보지 않겠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연금 가입자 26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입 이유로 '자녀에게 생활비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가 95%(복수응답)를 차지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집 한 채가 전부인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기가 맞물린 것도 이유다. 가입 후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가입 시점에 결정된 월 지급금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주택연금 가입자 평균 연령은 72.7세로 60대 33%, 70대 50.8%를 차지했다.

국민주택규모(85㎡) 이하가 8098건(78.1%), 2억원 미만이 4140건(40%)으로 서민층이 이 제도를 많이 활용했다. 매월 지급되는 연금액은 평균 103만원이었으며 100만원 미만을 받는 경우가 6201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박재현·김경학 기자 park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