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까지 교사 추천서 대필… 건당 100만원

2012. 9. 26. 08:5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초등생까지 교사 추천서 대필… 건당 100만원

국제중 입학 경쟁 심해지며 교사에게 특정 내용 요청… 업체·지인에겐 대필 맡겨
"6학년 기피하는 교사 많아… 초등생때부터 편법 쓰는데 대입 땐 과연 어떻게 되겠나"
조선일보 | 김연주 기자 | 입력 2012.09.26 03:16 | 수정 2012.09.26 06:38

 

입시(入試)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엉터리 교사 추천서'가 초등학생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학과 고교에 허위·과장된 교사 추천서를 제출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중학교 입시에서도 교사 추천서를 대필(代筆)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11월에 원서를 접수하는 서울 지역 국제중 입시에서는 교사 추천서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국제중은 1단계 서류 평가, 2단계 공개 추첨으로 학생을 뽑는다. 1단계 서류 평가에서 총점 100점 중 20~30점을 교사 추천서가 차지한다. 교사 추천서가 학생이 직접 쓰는 자기 개발 계획서(15~20점)보다도 높다. 교사 추천서 내용이 합격·불합격을 좌우하는 구조다.

↑ [조선일보]

이렇게 교사 추천서에 별도로 높은 점수를 매기다 보니,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사이에서 입시 관련 업체나 지인(知人)에게 추천서를 맡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입시 업체 관계자는 "국제중 추천서는 건당 1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교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생명으로 한다. 따라서 추천서 내용을 학생에게 비밀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대전의 한 고교에서 성폭행 학생의 추천서를 쓰면서 성폭행 사실을 숨기고 그를 '봉사왕'으로 둔갑시킨 사실이 적발돼 성균관대가 그 학생의 합격을 취소하고, 당시 교장과 담임교사 등이 징계를 받았다.

최근 국제중 입시를 위한 추천서를 학부모가 교사에게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지역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A씨는 "한 반에 10명씩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는데, '추천서 때문에 떨어졌다'고 원망 들은 적도 있어 쓸 때마다 손이 떨린다"며 "추천서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6학년 담임을 안 맡으려는 교사가 많다"고 했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좋은 학교에 가겠다는 부모의 교육열과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추천서가 각종 입시에 도입된 지 2~3년밖에 안 돼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추천서의 의미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추천서를 둘러싸고 온갖 왜곡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 업체 관계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교사 추천서를 편법으로 쓴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 올바른 방법으로 추천서를 내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