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생존경쟁" 기업간 영토싸움 격화

2012. 10. 21. 09:52C.E.O 경영 자료

<"이젠 생존경쟁" 기업간 영토싸움 격화>

연합뉴스 | 입력 2012.10.21 07:07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불황으로 기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기업간 영토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라이벌 관계의 기업들은 경쟁 과열 끝에 국내외에서 날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레드오션에 뛰어든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위협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레드오션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시장, 즉 기존의 모든 산업을 뜻한다. 이는 블루오션과 반대의 개념으로 붉은피를 흘려야 하는 경쟁시장을 말한다.

◇"업계는 소송중" = 삼성전자는 애플과 9개국에서 30여 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본사가 각각 있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 동시다발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대결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의 전쟁인 동시에,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인 휴대전화 제조업체간 영토 분쟁의 성격도 있어 '세기의 전쟁'으로 불린다.

아직 최종 절차가 마무리된 소송은 없다. 1심에서 패해 항소하고 항소심에서 패할 경우 다시 상고하는 등 양 측이 법정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소송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과 미국 듀폰이 첨단 섬유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벌이는 공방은 형사소송으로까지 번지면서 격화했다.

이에 앞서 미국 법원은 듀폰이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코오롱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9억1천990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어 미국 연방법원 대배심이 코오롱과 임직원 5명을 영업비밀 침해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

군수물자, 광케이블, 우주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해 잠재력이 큰 아라미드 시장에는 듀폰이 세계 최초 개발과 함께 진입했고 코오롱은 세 번째로 기술 개발에 성공해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이 소송을 후발업체의 진입을 막으려는 선발업체의 횡포로 보는 시각이 업계에서 우세하다.

국내에서는 유통업계 오랜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간 신경전이 거세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장기 임대 중인 남구종합터미널 일대 부지와 건물을 인천시로부터 사들이기로 약정서를 체결해 신세계의 뒤통수를 쳤다.

신세계는 "상 도의에 어긋난다"며 건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이틀 만에 기각 결정이 나왔다.

신세계는 자체 매출 3위인 인천점을 방어하기 위해 인천시를 상대로 본안 소송을 준비 중이다.

차세대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도 다툼이 치열하다. 무기물 코팅 분리막 특허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법적공방이 대표사례다.

LG화학은 SK가 무기물 코팅 분리막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작년 12월 소송을 냈고, SK는 특허청에 특허무효 심판 제기로 맞섰다.

특허청은 일단 SK의 손을 들어줬지만, LG화학은 곧바로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수위를 다투는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배터리, 디스플레이, 냉장고 용량 등 여러 분야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 갤럭시S시리즈, 갤럭시노트, 갤럭시탭 등 5개 제품이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설계 등에 관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용량 냉장고 시장에서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삼성전자는 양사 냉장고에 물을 채워 용량을 비교하는 실험에서 자사 냉장고에 물이 더 들어간다고 결론을 내리는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

LG전자는 이 방법이 정부표준규격에 따르지 않은 자의적 실험이라고 주장하면서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 현재 진행 중이다.

◇'레드오션' 영토전쟁 가열 = 소송전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더라도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의 기업간 물밑 경쟁은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치열하다.

1~2위가 독주하고 있는 항공업계는 후발주자 저가항공사들의 치열한 영토뺏기가 한창이다.

대표적인 '전투'는 괌 노선에서 벌어졌다.

한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모두 괌과 사이판을 취항했다가 협의 끝에 대한항공은 괌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사이판노선을 독점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후 대한항공과 자회사인 진에어가 괌 노선을 운항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이 괌 노선에 뛰어들어 지난달 말부터 인천~괌 노선을 취항하고 있는데, 탑승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28일부터 운항을 주 7회에서 주 11회로 늘리기로 했고, 대한항공은 같은 날 부산에서 출발하는 괌 노선에 새로 취항하기로 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커피믹스 시장 잡기가 뜨겁다.

뒤늦게 진출한 남양이 '프렌치 카페'로 인기몰이를 하며 네슬레의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몰아내는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동서식품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남양이 가세한데다 농심도 시장 진출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져 2위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슬레도 '네스카페'로 이름을 바꿔 설욕을 노리고 있다.

섬유유연제 시장도 비슷한 상황.

피죤이 그간 꾸준한 1위를 지켰지만, 이윤재 회장의 청부 폭행 문제가 불거지며 LG생활건강의 '샤프란'에 자리를 내준 이후 수위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고가 수입 브랜드를 앞다퉈 들여오고 있는 신세계 인터내셔널, 제일모직, 현대백화점그룹으로 넘어간 한섬이 국내 판매권을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다.

특히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한섬이 그간 들여온 지방시와 셀린느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잇따라 가져와 이목을 끌었다.

건설업계도 고질적인 과당경쟁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형 건설사들이 중동 등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어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폐해가 심각하다.

국내 업체들이 발주처가 제시한 예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덤핑 수주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심지어 경쟁 업체를 비방하는 '블랙메일'을 발주처에 보내는 일도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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