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실패하면서 큰다…투자액 80% 날릴 각오해야

2012. 10. 24. 08:58C.E.O 경영 자료

 

서비스업 실패하면서 큰다…투자액 80% 날릴 각오해야

 

세계적인 산업 전문가들은 "이제 외부보다 한국 내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창조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제도적으로 육성하면서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위주인 산업구조를 서비스업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산업 클러스터 분야 세계적 석학인 스콧 스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와 앤디 닐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서비스연합회 소장과 좌담회를 하고 한국 성장동력 확보 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와 KDI가 주최한 '산업혁신 서비스선진화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사회)=한국 산업 경쟁력에 대해 평가한다면.

▶스콧 스턴 교수=잠재적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국가 경쟁력 수준에 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나라다. 현재 한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 여러 나라와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직접투자를 유치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이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여성 경제 참여, 사회 통합 등 각 분야 경제주체들이 통합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창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앤디 닐리 소장=케임브리지 서비스연합회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 케임브리지는 대학이 직접 기업을 설립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지역 기반 기업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경제생태계를 구축했다. 기업들이 경쟁자들을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라 서로 경험을 공유하면서 어떻게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한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가 혁신이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다.

-송 위원=한국에서 창업가 정신이 잘 발현되지 않는 까닭이 뭔가.

▶스턴 교수=일단 창업에 따른 위험 부담을 분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해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문화가 아니라 사람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문화로 바뀌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을 보고 투자해야 실패해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창출될 수 있다.

▶닐리 소장=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향후 한국 산업 체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이 앞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무게중심이 전환돼야 한다. 기술과 자본이 중심인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 산업은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하다.

-송 위원=성공적인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서는 대학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턴 교수=미국 버클리, MIT, 스탠퍼드 등 주요 대학들은 혁신적인 생각이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이른바 '혁신 기반 생태계(Innovation-based Ecosystem)' 구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단적으로 MIT는 창업가 정신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기업, 대학 등 세계 각 지역 경제주체들 경쟁역량을 비교하고 참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서 경쟁역량을 단순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전략을 창출하고 있다.

-송 위원=한국은 울산 포항 등 제조업 클러스터를 통해 제조업을 발전시켰다. 이제는 서비스 클러스터 육성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를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스턴 교수=많은 나라가 외국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비교우위 경쟁역량부터 잘 파악해야 한다. 고유한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새롭게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클러스터화해야 한다.

닐리 소장=긴 호흡은 필수다.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해서는 성공적인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어렵다. 예컨대 노키아 성장 배경에는 핀란드 클러스터 정책이 있었다. 100% 투자해서 80%는 실패하더라도 이를 감수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장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있었다.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