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연구원 `충격 고백` "나로호 실패는 사실…"

2012. 10. 29. 09:15이슈 뉴스스크랩

나로호 연구원 `충격 고백` "나로호 실패는 사실…"
나로호 다음달 중순이후 발사 가능
파손된 고무링 러시아로 보내 검사 …"일정 급박해 발사 차질" 지적도
기사입력 2012.10.29 08:25:31 | 최종수정 2012.10.29 08:29:47

 

정부는 지난 26일 `나로호(KSLV-Ⅰ)` 발사 연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파손된 실(sealㆍ고무링)을 29일 오전 러시아로 보내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분석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나로호의 마지막 도전은 다음달 이후에나 이뤄지게 된다.

정부는 또한 나로호의 3차 발사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발사관리위원회를 29일 열기로 했다.

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기술진은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옮긴 26일 저녁부터 발사체 하부 연료공급라인 연결포트(CD-2) 안에 있는 엔진제어용 헬륨공급부 고무링 파손에 대한 확인 점검에 들어갔다. 27일에는 `한ㆍ러 비행시험위원회(FTC)`를 열고 기술적 논의를 이어갔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번 문제가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고무링 파손으로 발사체와 1단 연결부 사이에 틈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틈이 먼저 생겨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고무링이 파손된 것인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만약 고무링 파손의 원인이 로켓 내부에 있다면 문제는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파손된 고무링의 결함 여부와 연결부에 외력이 작용한 원인을 찾는 작업을 병행하기로 했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고무링을 파손시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것"이라며 "나로호를 세우는 과정에서 발사대 이상으로 로켓에 과도한 하중이 실려 고무링이 파손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파손된 고무링을 29일 오전 러시아로 보내 정밀 조사할 예정이다. 고무링을 보내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 발사 예정 마지막 날인 이달 31일 발사는 무산됐다는 게 정부와 과학자들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29일 나로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향후 발사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경원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29일 열리는 발사관리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한국과 러시아의 조사 결과와 향후 발사 일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위원회에서는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새로운 발사 예정일이 결정될 수도 있다. 다음 발사 예정일이 정해지면 그 5일 전에는 국제기구에 일정을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11월 중순 이후로 발사일이 늦춰질 전망이다.

노 개발관은 "발사를 서두르기보다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로호 발사가 연기되면서 세 차례 발사 모두 너무 촉박한 일정에 쫓겨 일을 그르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09년 8월 1차 발사가 실패하고 원인 규명과 보완 조치에 걸린 기간은 단 10개월에 불과했다. 2010년 6월 2차 발사 역시 소방설비 문제로 하루 연기됐다.

이번 3차 발사도 2차 발사 실패 원인 규명에 대한 한국ㆍ러시아 간 합의가 있던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만에 진행됐다.

나로호 사업 기간이 내년 4월까지인데도 3차 발사를 올해 10월로 정한 것을 두고 현 정권 내에 무리하게 발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1ㆍ2차 발사의 개선ㆍ보완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고 3차 발사 일정을 잡았다"고 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나로우주센터 관계자는 "3차 발사를 앞두고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 현장 연구진들이 고생한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우주 전문가는 "발사체 연기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있을 수 있는 흔한 일"이라면서도 "한국은 발사체를 처음 다뤄보는 만큼 연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