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금융시장 부정에 철퇴…처벌 대폭 강화

2012. 10. 29. 22:28지구촌 소식

EU, 금융시장 부정에 철퇴…처벌 대폭 강화

 

유럽연합(EU)과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 등 유럽 당국이 역내 금융시장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EU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중 대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 EU 전 회원국 대상으로 금융시장 부정행위 처벌 대폭 강화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회 경제ㆍ통화위원회는 최근 금융시장 부정행위에 대한 벌금액을 대폭 높이고, 필요할 경우 실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regulation)'은 EU의 법 체계상 각국 국내법에 앞서 27개 회원국 정부, 법인, 개인 등에 모두 적용되는 최상위법이다.

이 규정 개정안은 내년 초 열리는 본회의에서 27개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중으로 EU 내 금융범죄자들에 대한 민ㆍ형사상 처벌이 크게 강화되는 것이다.

그동안엔 EU는 회원국 별로 금융범죄에 대한 법규상의 정의와 형량이 제각각이라 처벌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가령 현재 내부자 거래에 대한 형량은 회원국 별로 최단 30일부터 최장 12년까지 차이가 난다. 금융시장 조작행위의 경우도 30일에서 15년까지 형량이 다르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체코, 에스토니아, 핀란드,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등 일부 회원국에선 내부자 거래나 금융시장 조작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법규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표준화…유럽 금융당국도 동참

그러나 이번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각 회원국 사법당국은 내부자거래나 금융시장 조작행위 등에 최소 2~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거나, 관련 금액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개정안은 회원국 정부가 부정행위의 고의성이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EU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을 담당하는 유럽 당국도 규제 강화에 동참했다.

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7월 이미 유럽의회에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와 유리보(유럽 은행 간 금리) 등 지표금리 조작을 형사상 범죄 행위로 명문화하겠다는 규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규정 개정안에는 금융시장 교란행위(market-abuse) 규제를 어긴 기관들에 대한 제재도 포함됐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 역시 현재 초단타매매와 관련한 금융시장 교란행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업계 자정노력 안 믿어”…법적 책임져야

EU가 금융시장의 부정행위에 각별한 신경을 쏟는 이유는 유럽 내 금융기관 중에서도 금융시장 조작행위에 참여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범위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유럽 내 대형은행들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리보 변동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파생상품들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차입금리를 조작한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올해 초 불어닥쳤던 리보 조작 혐의와 관련해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도이치은행 등 유럽 권역의 은행에서만 10여명 이상이 해고되거나 정직을 당했다”고 언급했다.

일본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최대의 은행인 UBS 소속 트레이더들이 티보(TIBOR, 도쿄 은행 간 금리)와 엔화 리보 조작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UBS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부정과 관련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유럽 내 금융기관들은 도덕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서비스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드러난 리보 조작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법규와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런 방침을 정했다”며 "업계 자율 규제로 공익을 달성한다는 생각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