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1. 13:27ㆍC.E.O 경영 자료
[한국을 먹여 살릴 과학자] 식물 생로병사의 비밀 풀어 식량난 해결에 도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남홍길 교수] '식물의 초파리' 애기장대 연구… 식물의 생장 유전자로 설명 3大 과학저널에 논문 게재, 학문적 그랜드 슬램 기록 노화 조절 유전자 적용했더니 콩 생산량 30% 늘어나 사막 같은 극한 공간에서도 열매 맺는 식물 만들 수 있어 조선비즈 이길성 기자 입력 2012.11.05 03:07 수정 2012.11.05 10:31
1990년대 말 포항공대 남홍길 교수(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는 정부에 연구예산을 신청했다. 식물이 노화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을 유전자로 규명하는 연구였다. 심사위원 중에 국내 생명과학계 중견 학자가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식물도 늙습니까"라고 진지하게 물었다. 국내외를 통틀어 식물 유전자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던 시절이어서 남 교수 연구는 전문가조차 이해하기 힘든 주제였다.
↑ 남홍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가 실험실에서 식물유전자 연구용 애기장대 화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남 교수는 “내게 있어 애기장대는 세상과 생물을 이해하는 창(窓)”이라고 말했다. /대구=남강호 기자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올 10월 남 교수는 연간 최대 100억원의 연구비를 10년간 지원받는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에 선정됐다. 그는 자연의 섭리를 유전자로 가장 잘 설명하는 과학자로 인정받는다. 봄에 뿌려진 식물의 씨앗이 여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이면 땅으로 돌아가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낸 것이다. 그는 세계 3대 과학저널로 꼽히는 네이처·사이언스·셀 모두에 논문을 게재하는 '학문적 그랜드 슬램'을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 교수 연구의 기초 재료는 우리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 '애기장대'였다. 만 31세 때인 1988년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남들이 안 하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고민한 끝에 애기장대를 선택했다. 2년생 풀인 애기장대는 동물 유전연구에 많이 쓰이는 초파리처럼 유전적으로 단순하고 수명이 짧아 노화 연구에 적격이었다.
그는 애기장대 연구를 통해 지난 2009년 식물을 노화와 죽음으로 이끄는 3중(三重)의 유전자 경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사이언스 논문). 한 가지 죽음의 경로가 막히면 다른 유전자가 작동해 식물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1999년 식물에 일종의 '생체시계 유전자'가 있어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며, 꽃이 피는 시기도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사이언스 논문 이후 10년 만에 노화와 죽음의 회로(回路)를 밝혀낸 것이다.
2008년엔 식물의 씨앗이 쌀눈(배)과 쌀알(배젖)처럼 이중구조로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아냈고(네이처 논문), 2005년엔 식물의 '생화학적 눈동자'를 발견했다(셀 논문).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 양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하는 식물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모두가 세계 최초였다. 그는 한국과학상(2006년)을 수상했고 국가과학자(2010년)에 선정됐다. 남 교수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애기장대를 택한 건 과학자로서 정말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그는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식물의 일생을 설명하는 유전자의 전체 설계도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론 인류가 처한 식량난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사막과 우주 같은 극한공간에서도 자라며 인간이 원하는 대로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식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가 발견한 노화조절 유전자를 콩에 적용했더니 생산량이 30% 증가한 것은 한 예에 불과하다.
남 교수는 올해 신생 국립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안정된 자리를 떠나면서 그는 교수 초창기 시절 겪은 일을 떠올렸다. 출장을 마치고 포항으로 돌아가는 길. 수해 때문에 경주~포항간 도로와 다리가 모두 통제된 상황이었다. 그날 오후에는 연구실 미팅이 있었다. 그는 '무조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구두를 짊어지고 5~6시간을 걸어 학교에 도착했다. 그가 나타나자 대학원생들은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겁 없이 길을 떠났던 그때처럼 이번에도 길 없는 길에 도전하는 겁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 1·2학년 시절 사회과학과 철학에 빠져 학업은 뒷전이었다. 두 번이나 학사경고를 받고 간 해병대. "제 한계를 시험하면서 잊고 있던 학문에 대한 갈증을 키웠습니다."
복학 후 생명과학으로 진로를 바꾼 그는 미 노스캐롤라이나대로 유학을 떠났다. 책상 앞에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써 붙였다. 그는 1년 중 100일 이상 밤을 새웠다. 모두 휴가를 떠난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연구실을 지켰다. 그 결과 다른 사람보다 2~3년 이상 빠른 3년 반 만에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애기장대(학명 Arabidopsis thaliana)
배추·유채와 같은 과의 두해살이 풀. 높이 15~35㎝로 우리나라 영·호남 지역과 유럽·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에 분포한다. 식물 연구를 위한 모델 식물로 많이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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