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4低 시대왔다", 내년 키워드는 '생존'

2012. 11. 15. 08:50C.E.O 경영 자료

금융지주 "4低 시대왔다", 내년 키워드는 '생존'

저성장·저금리 장기화, 사방이 악재...금융지주 "살아남자", 내년 경영전략 마련부심 머니투데이 | 오상헌 기자 | 입력 2012.11.12 17:09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저성장·저금리 장기화, 사방이 악재...금융지주 "살아남자", 내년 경영전략 마련부심]

"'성장'이나 '수익'을 논할 때가 아니다. '생존'이 문제다".

한 금융지주회사 전략 담당 임원의 말이다. 다른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지만 내년에는 '진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국내 금융산업도 최대 위기를 맞을 것이란 얘기다.

금융당국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당국은 최근 은행과 금융투자, 보험, 비은행 등 4대 금융권역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저성장·저금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했다. 금융 패러다임 변화가 금융회사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개별 금융지주들도 내년 경영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저성장·저금리·저물가·저환율의 이른바 '4저(低) 시대'를 맞아 리스크 관리 강화와 비용절감, 새 수익 모델 창출이 '생존'의 필수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금융 등은 다음 달 중 구체적인 내년 경영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은 현재 계열 금융경영연구소의 거시 전망과 금융환경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세부적인 경영전략과 대응방안을 가다듬고 있다.

금융연구소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내년 전망은 국내 대표 민관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암울한 분석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개별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고 금융산업의 시스템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와 경기침체로 인한 한계기업 속출, 저금리로 인한 마진압박,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정책 변화 등을 변수로 꼽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경제와 금융산업의 주요 변수 '7대 아젠다'를 자체 선정해 분석하고 내년 경영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다. 연구소가 분석 중인 7개 아젠다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지속 △글로벌 수요 위축 △글로벌 과잉유동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한국경제 저성장 진입 △한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변화 등이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리스크 관리와 비용절감 중심의 경영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신규 수익원 발굴과 유망 해외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2013년에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저환율의 '4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3.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2.75%)을 유지하고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74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내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부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불요불급한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 강화, 경영 효율화에 방점을 찍겠다"며 PB와 CIB를 결합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FSB연구소는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3%에 못 미치는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 시장금리인 국고채금리도 3% 밑으로 떨어져 2.8%에 그칠 것이란 게 연구소의 예상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연간 3.2%에 그치고 시장금리도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KB금융은 리스크 선제 관리와 내실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 한 '보릿고개' 시절을 맞아 중장기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 bbori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