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22년만에 문 열었더니…노다지 `대박`

2012. 11. 15. 09:06C.E.O 경영 자료

폐광 22년만에 문 열었더니…노다지 `대박`
사양산업 `화려한 부활`
자동화된 광산…겨우 32명이 희소금속 1천t 생산
기사입력 2012.11.13 19:07:35 | 최종수정 2012.11.14 15:46:54

749683 기사의  이미지

 

 

지난 2일 충북 제천 금성면 NMC몰랜드 광산. 국내에서 유일하게 희소금속인 몰리브덴을 생산하는 이곳 광구 안에서 자동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원광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NMC 광산에서 처리하는 몰리브덴만 하루 1300t에 달한다. 몰리브덴은 자동차ㆍ비행기 특수강, 고급 윤활유에 활용되는 고가 금속이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가격 급락에도 ㎏당 3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크롬(4달러), 티타늄(7달러) 같은 다른 희소금속에 비해 4~7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유섭 NMC몰랜드 사장은 "올해 신규 파쇄설비 증설로 생산량이 26%나 늘어났다"며 "지난해 매출액은 132억원으로 생산을 재개한 전년 대비 109%나 뛰어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산의 재발견`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 내몰렸던 `사양산업`이 새로운 수요에 부응한 신기술과 결합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광업뿐만이 아니다. 섬유와 신발, 가발, 안경 등 한동안 잊혀졌던 산업들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첨단 제품을 무기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산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1950~1980년대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광업과 섬유ㆍ신발ㆍ가발 등 경공업 분야는 1980년대 이후 자동차ㆍ화학 등 중화학공업에 밀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어 등장한 ITㆍ금융업 등 `굴뚝 없는 산업`은 이들 산업에 치명타를 안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무대 뒤로 퇴장했던 사양산업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을 몰아냈던 신기술로 무장하면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신기술 융합`을 통해 사양산업의 꼬리표를 떼고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749683 기사의  이미지
1950년대 국내 광업 생산액은 수출액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황금기를 만끽했다. 그러나 노동력 위주 산업의 특성상 인건비가 오르면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 자연스럽게 휴ㆍ폐광하는 광산이 급증하면서 업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 광물 자급도는 1980년대 30%에서 지난해 6.1%로 쪼그라들었다.

자원개발업체인 (주)동원 계열인 NMC몰랜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966년 채광을 시작했지만 1988년 채산성 악화로 휴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신 설비를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끌어올리며 2010년 22년만에 광산 문을 다시 열었다.

한유섭 사장은 "생산 재개를 고려했을 때부터 장비 현대화에 역점을 기울였다"며 "점보드릴 등 현대화한 채광장비와 갱내 파쇄장비를 집중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루 평균 1000t이 넘는 대량 희소금속을 생산하지만 이곳 채광 인력은 32명에 불과하다.

특히 갱내 핵심설비인 파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은 5명 남짓이다. 채광부터 원광석 1ㆍ2차 파쇄, 운반, 교반 작업까지 거의 전과정이 자동화됐기 때문이다.

NMC몰랜드는 최근 국제 금속가격 하락으로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지질자원연구소와 공동으로 고부가가치 기술연구에 착수했다. 몰리브덴 순도를 종전 88%에서 99%로 대폭 높이는 기술이다.

그는 "고순도 몰리브덴으로 고급 윤활유를 개발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고급 윤활유용 몰리브덴 가격은 t당 3000만원으로 일반 몰리브덴 대비 3배가량 높아 신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49683 기사의  이미지

충북 제천 NMC몰랜드 광산에서 파쇄기를 거친 희소금속 원광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광산은 최신 설비로 채산성을 맞춰 휴광 22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사진 제공=지식경제부]

원광석을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인 광미 처리 비용을 감축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광미는 t당 3000원 운송비를 들여 시멘트회사에 넘기고 있는데 여기 투입되는 비용이 연 매출의 10%인 13억원에 달한다.

인근 강원도 정선 소재 석회석 채광업체인 충무화학도 기술 개발로 업황 `퀀텀 점프`를 노리고 있다. 현재는 연간 130만t 생산되는 석회석 대부분이 철강 제련 원료와 시멘트로 판매되지만 최근 석회석을 재가공해 고가 종이에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재생펄프 내 미세공극(구멍)을 석회석의 미세입자로 막아 균질한 품질의 종이를 만드는 게 핵심 기술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정책팀장은 "사양산업 부활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새로운 기술의 개발ㆍ도입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시장 트렌드를 읽는 안목 △특정 고객군에 맞춘 상품 개발 △자유무역협정(FTA) 등 제도 변화 활용을 도약의 요건으로 꼽았다.

[특별취재팀=장박원 차장(팀장) / 민석기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정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