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쟁 4.0 시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얻어야 이긴다

2012. 11. 23. 21:35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송병락 교수의 '승자병법'] 기업전쟁 4.0 시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얻어야 이긴다

  •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조셉 나이(Nye)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권력의 미래'에서 전쟁 4.0 시대의 싸움터는 사람들의 '마음속'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전쟁 4.0'은 적과 마주 보며 직접 대결하는 전쟁 1.0이나 포(砲)로 적 후방을 공격하는 전쟁 2.0, 기계화된 부대와 기동력으로 적 후방에 침투하는 전쟁 3.0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군이 탈레반·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과 무장단체들을 상대해 싸우는 아프간 전쟁이 대표적이다. 이 전쟁은 재래식 무기와 비정규적 전술 등이 뒤섞이고 군사력과 경제력, 소프트 파워와 사이버 파워가 혼합돼 있다. 군(軍)과 민(民), 전·후방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전쟁터와 전선이 따로 없다. '전쟁 4.0'은 '하이브리드전쟁'이며 마음을 잡아야 이길 수 있는 총력 경쟁 상태이다.

기업들의 경쟁 역시 '전쟁 4.0'을 닮아 초(超)경쟁(hyper-competition)으로 치닫고 있다. 리처드 다베니 다트머스대 교수가 지적했듯, 초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들은 한 가지 전략이나 강점에 의존하지 않고 현 상태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상대의 경쟁우위를 무너뜨리며 판도를 계속 바꾸려고 한다. 또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허물고 소비자를 적극 참여시켜 소비자의 마음을 홀리는 경우도 많다.

'전쟁 4.0 시대'에서 기업의 승리 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급변하는 패러다임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이 가장 돋보인다. 스티브 잡스는 미래의 음악은 전자매체로 거래되고, 기술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며, 제품은 다양한 산업이 융합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간파했다. 그리고 그런 패러다임 변화의 물결을 활용한 혁신제품들을 만들었다.

일러스트= 유재일 기자

둘째는 적합한 대응전술이다. 아프간 전쟁에서 무장단체들은 미군에 맞서 군사력으로 정면승부한 게 아니라 미군의 전쟁의지를 꺾고, 격노하게 만들어 실책을 유도하며, 주민들이 미군을 싫어하게 만드는 전술로 맞섰다. 지금 미군이 모든 탈레반을 섬멸하거나 영토를 차지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게 된 이유이다. 이런 마음을 사로잡는 분야에서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탁월하다. 삼성은 세계 각국 수많은 소비자의 세밀한 수요와 기호 변화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흡수, 이를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삼성은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으로 애플을 이기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여기에는 독창적인 노력과 함께 융합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에다 소프트웨어 파워, 막강한 현장 제조기술력을 합친 갤럭시 제품으로 대박을 냈다.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평정한 싸이는 월드컵 때 '대~한 민국' 하던 엇박자와 말춤, 특유의 유머 스타일 등 독창적 요인에다 노래와 다양한 볼거리, 안무ㆍ의상ㆍ뮤직비디오 등을 잘 융합했다.

셋째는 적절한 시스템, 구체적으로 시스템 지능이 긴요하다. '시스템 사고'의 저자인 잠시드 가라제다기(Gharajedaghi)에 따르면 기업의 시스템 지능은, 기업을 시계처럼 만들면 된다고 하는 단계의 시스템 지능 1.0과 동식물과 같은 생명체처럼 만 들면 된다고 하는 시스템 지능 2.0, 일류기업처럼 조직하면 되는 시스템 지능 3.0이 있다. 앞으로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시스템 지능 3.0에 혼(魂)을 더한 시스템 지능 4.0을 갖춰야 한다. 마케팅 대가인 필립 코틀러가 말했듯, 앞으로의 마케팅은 영혼을 울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독창적인 기업 문화 창조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창의성, 기업정신, 세계최고 지향 등의 독특한 문화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200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는 스위스 같은 기업이어야 영속성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스위스는 인구 770만명의 소국이지만 세계 500대 기업 숫자는 15개로, 5000만명의 대한민국(13개)보다 더 많다. 시스템 사고가 깊이 뿌리박혀 있는 스위스는 나라 전체가 고성능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일례로 스위스는 장관 7명이 돌아가면서 임기 1년의 대통령을 한다. 연임은 못 한다.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대통령이 빵을 사러 가게에서 일반 시민들과 같이 줄 서서 기다리거나 기차를 타고 혼자 여행하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전쟁 4.0'시대 한국의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 이런 '실전 전략 4.0'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마음속이라는 광활한 새 전쟁터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