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엔 18년째 뼈대만… 전국 곳곳 '유령 아파트' 몸살

2012. 11. 28. 22:03건축 정보 자료실

조선일보 | 보령 | 입력 2012.11.27 03:15

 

26일 오전 충남 보령시 남포면 삼현리. 보령시내를 지나 대천해수욕장 쪽으로 가는 4차선 도로 왼쪽 공터에 콘크리트 뼈대만 올라간 우중충한 아파트 4개 동이 눈에 들어왔다. 논밭을 배경으로 철조망이 둘러쳐진 채 잡풀만 무성했고, 건물 곳곳 철근은 녹이 슬어 있었다. 공사용 자재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버려져 있었고, 인적은 없었다.

↑ [조선일보]26일 충남 보령시 남포면 삼현리 소라아파트 공사 현장. 이 아파트는 지난 1994년 착공한 이후 18년째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공사 현장은 잡초만 무성한채 방치돼 주변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신현종 기자

이곳은 4만7000㎡ 부지에 15층 아파트 4개 동 79~105㎡(24~32평형) 규모 123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던 소라아파트 건설 현장. 지난 1993년 유성건설산업이 보령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아 1994년 착공했으나 도중에 자금난 등으로 공사가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18년 동안 '유령 아파트'로 남아 있다. 삼현리 주민 오모(65)씨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20년 가까이 방치돼 동네 미관만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던 회사원 김모(38·대전시 유성구)씨는 "휴가를 내 겨울 바다를 보러 찾아왔는데 입구 주변에 보기 흉한 건물이 서 있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령시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처음 사업권을 받은 유성건설산업이 공사를 시작했으나 중간에 자금난에 시달려 정부출자 부동산 개발회사 한국부동산신탁에 1997년 건물을 넘겼다. 이어 경향건설을 시공업체로 바꿔 1998년 5월까지 공사가 진행됐으나 공정률 50%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시공업체 부도로 공사가 멈췄다. 15층으로 계획한 아파트는 11~13층까지만 골조 공사를 마친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신탁도 2001년 부도가 나면서 2002년 6월 이 아파트는 C건설에 공매를 통해 인수됐다. C건설은그 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10년째 아직 공사 재개 결정을 못 하는 상태다. 보령시 관계자는 "건물 인수업체가 안전진단을 거쳐 보강 공사를 거치는 후속 절차를 밟아야 공사를 재개하는데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삼현리 주민 김모(65)씨는 "보령의 얼굴 격인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건물이 관광도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모(여·64)씨는 "시행사가 수차례 '곧 공사를 재개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텅 빈 건물을 방치할 경우 주변이 비행 청소년이 드나드는 우범지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도 야간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차라리 철거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에 대해 보령시 관계자는 "민간업체 소유라 시에서 공사 재개나 철거에 직접 관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에 착수했더라도 완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시에서 사업을 취소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불법 건축물이 되고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철거 비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현 사업자인 C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인근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해 분양이 힘든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내년 봄 공사를 재개하고 분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