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1 뚫었다…30대에 별 단 그들, 5가지가 달랐다

2012. 12. 10. 08:43C.E.O 경영 자료

  

◆대기업 임원의 자격◆

임원은 기업의 별이다. 세상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별을 따러 가는 길은 특히 불공평하다.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써어치에 따르면 2011년 현재 100대 기업 전체 임직원 70만2903명 중 임원은 6619명이다. 단순계산으로 임원이 될 확률은 1%에 못 미친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100대1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평직원으로 회사 생활을 마감한다.

그런데 입사 10년 만에, 그것도 마흔도 안된 나이에 임원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승진 연한을 뛰어넘어 발탁된 임원이 74명에 달했고 그중 4명은 30대였다. 왜 누군가에게는 바늘구멍 같은 문이 다른 누구에게는 홍해처럼 열리는가. 임원으로 가는 비상구를 통과할 프리패스는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발급되는 걸까.

최근 정기인사에서 상무가 된 김기환 ㈜GS 사업지원팀장은 74년생으로 올해 38세다. 컨설팅사에서 M & A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9년 지금 직장에 부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입사 후 ㈜쌍용과 DKT 등 큰 M & A 두 건을 주도했다. 이 중 DKT는 플랜트 기자재 제조업체로 에너지와 유통 중심인 GS가 제조업에 처음 진출한 케이스다. 회사는 M & A 추진과정에서 김 상무가 보여준 분석력과 상황파악 능력을 승진 이유로 들었다. 물론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LG그룹에서 '30대 임원'으로 올라선 김성현 LG화학 상무(39)는 편광판 프로젝트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초창기 제품개발과 생산과정을 디자인했고 2000년대 제품양산 단계에서는 수율을 끌어올려 흑자 전환에 기여했다. 올해 수석부장으로 올라선 지 1년 만에 상무가 됐다.

모든 기업에 공통된 임원 승진의 첫째 조건이 있다. 혁혁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적이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실적이다. 개인의 잠재력, 노력의 정도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문구는 삼성그룹 인사 때마다 승진의 대원칙으로 회자된다. 올해도 그랬다. 창립 이후 최대 이익을 거둔 삼성전자 DMC(완제품) 부문에서 전체 임원 승진자 중 34%가 나왔다. 특히 휴대폰 글로벌 1위의 위업을 달성한 무선사업부의 경우 개발ㆍ마케팅 분야 리더 전원이 임원으로 발탁됐다. 임원이 되려면 직접 돈을 벌어오는 부서, 실적을 입증하기 쉬운 분야에 근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두 번째 요건은 글로벌 경험이다. 삼성그룹 인사에서 4명의 30대 승진자 중 한 명인 조인하 삼성전자 상무(38)는 2007년부터 아르헨티나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중남미는 치안 등의 문제로 남자들도 버거워하는 근무지다. 여성인 그는 이곳에서 삼성TV 점유율을 시장 1위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도전과 시장을 선도하는 창조성이 돋보이는 케이스"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은 해외시장 개척에서 발휘될 여지가 크다. 헤드헌팅업체 타워스왓슨의 김기령 대표는 "임원 승진에 있어 갈수록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성공스토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해외 비중이 큰 글로벌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셋째, 비즈니스 감각이다. 기업 활동의 최종 목표점은 돈을 버는 것이다. 비록 엔지니어 출신이라 하더라도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대한 감각 없이 한 부문을 총괄하는 임원이 되기는 어렵다. GS홈쇼핑 인터넷사업부장으로 발탁된 김준식 상무(42)는 KAIST 박사 출신 엔지니어다. 2009년 GS홈쇼핑에 영입된 후 정보전략담당으로 활동해 오다 이번에 인터넷 영업부문 책임자가 됐다. GS홈쇼핑 관계자는 "IT기술 변화에 따른 소비문화 변화를 읽어내는 탁월한 인사이트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고성장 시대 임원 평가에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중요한 잣대가 됐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창의적 아이디어'가 대체하는 분위기다. 가만히 있어도 연 10% 가깝게 성장하던 시대에는 '몸으로 때우는' 헌신만으로 충분했지만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창의성이 업계 판도를 바꾼다. 지난해 임원 승진한 김기선 삼성전자 상무(44)는 지금까지 1000만대 이상 팔린 '갤럭시노트'의 컨셉트를 입안했다. 그는 휴대폰의 기술적 완성도 대신 실용성에 주목했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노트처럼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 덕분에 스마트폰의 새로운 유형이 하나 추가됐다. 올해 승진한 박찬우 상무 역시 '팝업 노트'를 기획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대기업 상무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이다.

삼성그룹이 46.9세, LG그룹이 47.1세다. 임원 하면 50대로 통했던 과거에 비해 크게 젊어졌다. 30대 발탁 인사를 비롯해 젊은 임원이 속속 등장하는 데는 인구구조학적 원인이 한몫한다.

김기령 타워스왓슨 대표는 "우리 사회의 주소비 주체가 '397세대'(30대, 90년대 학번, 70년대생)까지 내려온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가장 많이 돈을 쓰는 세대의 소비패턴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또한 임원 발탁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라는 것이다.

[노원명 기자 / 강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