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동산을 품다

2012. 12. 11. 08:57부동산 정보 자료실

머니위크 | 성승제 기자 | 입력 2012.12.07 09

 

[[머니위크]국민은행 이어 신한도 곧 서비스 예정… 신사업 확장 차원]
시중은행들이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회사의 부동산시장 진출을 놓고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논란이 제기돼 왔고 부동산업계의 반발도 만만찮았으나 은행들이 부동산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일단 논란이 수그러진 상황이다.

 
은행들이 부동산 서비스에 나서는 이유는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게 되자 새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

물론 부동산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해도 은행이 당장 큰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출과 세무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손쉽게 대출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이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 '알리지'(R-easy) 서비스를 공식 오픈하고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알리지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를 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수익형 부동산 중심의 온라인 매물전시장인 '부동산 쇼핑몰'을 국민은행 부동산 홈페이지에 개설해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상가는 물론 분양 예정인 부동산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매물은 조사원 확인을 거쳐 수익률과 가격, 지역별로 진열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원하는 조건에 맞춰 매물을 비교할 수 있다. 또한 국민은행은 부동산 상담센터인 'KB 부동산 플라자'도 열었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국민은행은 예전 주택은행 시절부터 부동산을 다뤄온 60년 전통의 부동산 관련 정보와 전문가들이 있다"면서 "KB부동산 알리지는 앞으로 3~5년래 KB의 핵심사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과거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업체들이 부동산 매물등록을 무료서비스 하면서 단계적으로 홍보비용을 받아온 사례를 경험했던 터라 반발은 더욱 거셌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중개업과 은행의 업무는 각각 고유의 영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이 개인사업자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할뿐 아니라 은행 측에도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협회측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는 부동산컨설팅을 통한 유사중개행위"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명백한 업권 침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단체의 강한 반발이 시작되면서 국민은행 측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최근 공인중개사협회로 "국민은행은 중개시장 진출을 할 의향이 없으며 할 수도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은행은 공문을 통해 "은행에서는 고객의 자산포트폴리오 및 금융상담에 충실하고 부동산 상담 및 거래는 반드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측은 일단 국민은행 측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단,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만약 국민은행이 유사 중개행위를 하게 될 경우 공식적으로 항의 문서를 전달할 것"이라며 "앞으로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눈치 보는 경쟁은행들… 내년 초 도입여부 검토

 
이처럼 논란이 일단락되자 타 은행도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당초 신한은행은 11~12월 중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개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의 강한 반발 등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나섰던 것. 신한은행은 조만간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부동산 매물 검색부터 세무상담 등을 원스톱으로 안내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면서 "오픈 시기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개발한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공하는 전국 부동산 매물 정보를 신한은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토록 한 서비스다. 부동산 시세 및 매물 동향과 세무 정보, 대출금리 비교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부동산연구팀을 만들었다. 부동산 시세 전망 및 정부 정책이 미치는 영향 등 거시적인 안목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다만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유동적이다. 외환은행은 올 하반기 IB본부를 새로 만들면서 부동산금융팀을 신설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종합자산관리서비스 'R easy'(알리지) 출범식.
사진_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은행권 새 서비스 확장 왜?

 
이와 같이 은행들이 외부에 눈길을 보내는 이유는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글로벌금융과 국내경기 침체 등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권 안팎에서 신사업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가 풍부하고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다시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어윤대 회장은 "1년 동안 ('알리지'로) 돈 벌 생각은 없다"면서 "KB는 부동산 관련 거래에서 생기는 금융이익만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5000만원을 들고 정기예금을 가입할 수도 있지만 5년 뒤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KB를 통해 예금 들듯이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며 "알리지는 부동산 관련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가장 큰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종합서비스는 은퇴세대와 고액 자산가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종합금융서비스"라며 "앞으로 2~3년 후에는 관련 시장이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