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선이 황금선? 뚜껑 열어보니 시행사 무덤

2012. 12. 14. 09:31건축 정보 자료실

 

분당선이 황금선? 뚜껑 열어보니 시행사 무덤

조선비즈 | 강도원 기자 | 입력 2012.12.13 16:44 | 수정 2012.12

"원하시는 크기랑 가격대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일단 한번 찾아와보세요. 분양한 지 3개월 넘었어도 원하는 물량은 많으니 일단 한번 나오세요."

"가격 할인은 없어요. 하지만 원하시면 경쟁업체만큼은 해 드릴 수 있어요. 생각 있으세요?"

강남 접근성을 내세우며 오피스텔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분당선 인근이 시행사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부동산 불경기와 더불어 과도한 공급으로 저조한 수준의 계약률을 기록 중이다.

↑ 신한은행 제공

↑ 분당선 노선도/서울 메트로

전문가들은 수요 예측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공급한 상황이 지금의 초라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 시행사 무덤 된 분당선

분당선은 선릉역을 중심으로 위로는 왕십리, 아래로는 수원 영통구 망포까지 이어지는 이른 바 '황금노선'이다. 특히 1기 신도시의 대표격인 분당 서현, 분당 정자 외에도 미금역, 용인 죽전 등 주거 환경이 좋은 지역을 많이 지나고 있다.

강남으로 편하게 연결되는 장점 때문에 분당선 인근에서는 직장인 수요를 노린 오피스텔이 많이 공급됐다. 게다가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을 받으면서 시행사들이 대우건설(047040), 현대엠코, SK건설 등과 같이 이름 있는 대형 건설사들과 함께 오피스텔을 과도하게 공급했다.

신한은행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에는 올해 11월까지 총 2만2581실이 공급됐다. 정자동이 5500여실, 수내동 4700여실, 서현동 3400여실, 구미동 2500여실 등이다. 2015년까지도 약 6000여실이 공급될 전망이다.

수요를 넘는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계약 실적도 저조한 편. 현재 정자동에서 분양 중인 대우건설의 정자역 3차 푸르지오 시티는 1590실 규모의 대단지인데다 분양가가 평당 200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 탓에 계약이 저조하다. 현재 150실 한정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

현대엠코의 '엠코 헤리츠'의 경우에도 1000만원 정도의 특별 가격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엠코 헤리츠는 2년 간 임대수익을 월 110만원까지 보장해 주는 마케팅 전략도 내걸었다.

분양업체 한 관계자는 "판교역, 정자동에 너무 오피스텔이 많이 공급되다 보니 계약을 다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부분 1000만원 정도씩 할인해서 공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유지비가 한 달에 못해도 1000만원 이상씩 들어가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분양을 해버리는 게 시행사 입장에서는 유리해, 가격 할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물량을 조금이라도 빨리 털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워낙 경기가 침체된 데다, 이미 분양된 오피스텔 가격이 낮은 상황이라 계약자들이 새 오피스텔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제대로 된 수요예측 없는 막공급이 원인

오피스텔 과다 공급은 비단 분당선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면서 전국적으로 공급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3분기 오피스텔 건축허가 면적은 총 105만866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증가했다. 실(室)수는 1만5671실로 5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건축허가 면적은 전년 동기대비 7.6% 감소했고 건축물 동수는 5.42% 줄었다. 올해 신규 공급물량만 4만5000가구로 전년 대비 33% 증가한 수준이다.

오피스텔이 공급이 과다하게 이뤄지면서 신규 분양한 오피스텔의 경우 기존 오피스텔보다 수익률이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분당의 경우 2015년 입주 예정인 정자역 AK와이즈 플레이스는 2004년 준공한 대림 아크로텔보다 분양가는 7750만원 더 비싸지만, 수익률은 5.2%로 1.5% 이상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소형주택 붐으로 우후죽순격으로 공급한 것이 수익률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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