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9. 07:33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투표하고 싶지만 생계·회사 때문에…' 선거날 소외된 노동자들
뉴시스 이재우 입력 2012.12.19 05:02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투표가 절실하지만 생계 때문에 투표장에 갈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억울합니다."
간병노동자인 박모(56·여)씨는 서울 모 병원에서 24시간 맞교대로 일한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날인 19일도 박씨는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 박씨는 근무교대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총선때 오전 6시께 투표소 문이 열리자마자 투표를 하고 출근하려 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나온 사람들이 많아 대기하다 근무교대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맞교대인 탓에 박씨가 지각한 시간만큼 전 근무자는 초과 근무를 해야했다. 비정규직인 탓에 눈치도 너무 보였다.
박씨는 꼭 투표하고 싶다고 했다. 주당 법정노동시간인 40시간을 3배 웃도는 평균 140시간(보건의료노조 통계)을 일하지만 최저임금도 휴가도 퇴직금도 수당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는 방법은 투표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씨는 투표장에 가지 못한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수장을 뽑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19일 치러지지만 일부 시민들에게 선거는 '그림의 떡'이다. 의료와 서비스, 건설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많은 시민들이 업무특성과 사업장 사정 등을 이유로 타의에 의해 투표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6월 정치학회에 의뢰한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참여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거일 또는 투표에 참여하는 시간을 유급 휴무·휴업으로 인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22.7%에 불과했다. 77.3%는 투표 참여에 유무형의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전체 65%가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일용직과 임시직, 파견과 용역, 도급직 종사자는 물론 계약직과 기간제 종사들도 절반 이상 투표일 유급휴무를 보장 받지 못했다. 그 결과 2008년 총선에서 64.1%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65.2%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투표 참여 불가능 사유'로는 '고용계약상 근무 시간 중 외출 불가능'이 41.9%로 가장 높았고 '임금 감액' 27.1%, '상사 눈치 때문에' 6.7% 등이 꼽혔다. 응답자 54.2%는 투표 참여를 위해 '제도개선과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고용조건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투표참여 장애물 작동, 우리사회에서 이상적인 대의민주주의 구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투표시간 연장과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요건 완화를 주문했다.
민주노총 '업종별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에 따르면 대부분 업종이 법정 투표시간인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근무를 한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투표시간 연장을 추진했지만 새누리당 반대로 실패했다.
참여연대 등 200여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이후 사업주들에게 직원의 투표권 행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휴업과 근무시간 조정 등을 권고했지만 참여율이 높지 않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업계 빅3은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공문에 회신도 하지 않았다.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이 운영한 투표권보장신고센터에는 정상출근을 강요하거나 투표권 보장 요구를 거부한 대형 건설업체와 병원, 유명백화점, 식품업체 등 300여곳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투표권보장공동행동은 이중 투표권 보장 공문에 특별한 답변이 없거나 위반 가능성이 높은 업체 58곳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방침이다.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의 투표시간 요구를 거부한 사용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투표권보장공동행동 관계자는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는 회사에 분노한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투표권 보장에 무관심한 사회는 경제력에 따라 정치적 의사표현 기회를 막아 결과적으로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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