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빈곤층의 증가

2012. 12. 24. 09:13C.E.O 경영 자료

[세계는 지금] 빈곤층의 증가

글로벌 경제위기 한파… 중산층 몰락·신빈곤층 양산
G2 양극화 해결 골머리…기댈곳 없는 빈곤층
세계일보 | 입력 2012.12.23 17:47

 

[세계일보]

지난달 중국 구이저우성 비제시의 한 쓰레기통에서 7∼13세의 노숙 어린이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몸을 녹이려고 쓰레기통에서 불을 피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사촌간인 이들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며 길거리에서 주운 쓰레기와 폐품을 팔아 겨우 끼니를 해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중국판 성냥팔이 소녀'로 규정하며 극단적인 빈부 격차를 성토했다.

그리스의 람브로스 자카라토스는 2010년 경제위기 전만 해도 한 달에 4000유로(약 570만원)를 벌며 잘나가는 인테리어 사업가였다. 그러나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사업은 망하고 집에서 쫓겨나 순식간에 노숙자가 됐다. 자카라토스는 "중산층에서 몰락한 '신빈곤층'은 그리스에서 이제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밤도 길거리에서 뒤척인다.

2012년 지구촌은 미국 재정절벽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신흥국 성장 둔화 등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국내총생산(GDP) 감소라는 경제위기는 고스란히 빈곤층의 피해로 돌아갔다. 경제위기 이후 실업이 증가하고 중산층은 몰락했지만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있어 빈곤 해결은 난망하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외신이 "대공황 이후 최대 빈부격차"라고 경고할 정도다.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흔들리는 G2

양극화는 지구촌이 맞닥뜨린 공통의 고민이다. 미국에서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 비율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15.7%나 됐다. 수도 워싱턴DC에서 소득 상위 5%의 한 해 평균수입은 약 50만달러(약 5억4000만원). 그에 비해 하위 20%의 평균소득은 9500달러(약 1000만원)에 불과하다. 20년 전 39배였던 빈부 격차가 54배까지 늘어났다. 워싱턴DC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50개주 중 49개주에서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빈부격차가 줄어든 곳은 미시시피주 단 한 곳.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모두 가난해졌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지니계수는 0.47. 소득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0∼1까지로 표시하며, 1에 가까울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통상 사회불안 우려가 높다고 평가된다.

10년 만에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선 중국도 현안으로 빈부격차 해소를 꼽을 정도로 부의 편중이 심각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시난재경대의 조사 결과에서 중국의 지니계수가 0.61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0.412를 기록한 지난 2000년 이후 지니계수를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중국 지니계수를 0.438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무타파 셰드 중국 대표는 "중국의 지니계수는 지난 20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올랐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리간 시난재경대 교수는 "현재 중국은 지역과 도·농의 격차가 확대된 상태로 단기간에 지니계수의 하락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빈부격차의 그림자가 지구촌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정부의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빈번히 벌어지는가 하면 유명 복권판매소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호화 빌딩 주변에 위치한 판자촌에서는 가난한 농민공이 주린 배를 채우기도 하고 시골에서는 헤진 옷을 입은 가난한 농민이 방황하는 모습이 쉽게 목격된다.(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
세계일보 자료사진

◆줄어드는 정부 지출, 팍팍해진 빈곤층의 삶

현재의 양극화 현상 중심에는 빈곤층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 혹은 10%의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를 하위층이 쫓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인 수준을 넘어 '절대적인 빈곤'의 정도가 심각해졌다. 그러나 정부의 지출은 감소하면서 빈곤층은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난 상태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 등 빈곤층의 비율은 전년보다 0.8%포인트 증가한 24.2%를 기록했다. 최소한의 생존 조건도 채우지 못하는 절대빈곤층도 8.8%에 이른다. 복지와 사회 지출 비용을 흥청망청 쓰다가 비싼 대가를 치른 그리스는 이제 지나친 긴축으로 허덕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GDP의 26∼32%를 사회복지 비용으로 지출하지만 그리스는 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나마도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정부는 2013년 사회복지 비용을 8200만유로(약 1165억원) 더 줄일 예정이다. 최저임금도 경제위기 이전 751유로(약 107만원)에서 586유로로 줄어들었다. 현재 연소득 6591유로(약 930만원) 이하의 빈곤층은 230만명을 넘었다. 부채 위기에 휘청거리는 이탈리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2007년 이후 이탈리아 자산의 6%가 증발했고 하위 50%가 차지한 부는 겨우 9.4%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에드워드 울프 미 연방경제연구소 교수는 "언론에서 사상 최악의 빈부격차를 묘사하는 것과 달리 1998년 소득 상위 1%가 보유한 자산은 미 전체 보유자산 가운데 38.1%나 됐지만 올해는 35.4%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여론조사 결과 자신을 하류층으로 여기는 미국인 비율이 10년새 3배가 넘었다. 중국과 유럽에서 빈발하는 대규모 시위와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월가 점령 시위 등은 시민들의 양극화 체감 정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티안 시에 교수는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 증가는 정치사회적인 불안, 붕괴와도 연결되는 숫자"라며 양극화 현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진수 기자yamyam19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