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금융사는 면허받은 고리 대금업자"

2013. 1. 8. 22:15이슈 뉴스스크랩

[중산층의 팍팍한 삶 <2부>]갑의 횡포 "금융사는 면허받은 고리 대금업자"

뉴시스 | 이국현 | 입력 2013.01.08 05:02 | 수정 2013.01.08 09:21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최근 직장인 김철수(45)씨는 딸의 유학자금이 급하게 필요해 저축은행에 신용대출을 받고 분통을 터트렸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받은 데다 대출한도가 꽉 차 있어서 사실상 2금융권밖에 손 벌릴 데가 없었지만 대출금리가 3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업체에서 한도 1000만원에 대출금리 10%라는 문자가 오는데 차라리 신용등급에 반영도 안 되게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을 걸 후회가 됩니다. 제도권 금융인데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1금융권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저축은행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병원비나 유학자금 등 급하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저축은행이 제시한 금리가 합리적인지 따지기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하지만 제도권의 탈을 쓴 금융기관의 금리는 대부업체 못지않게 높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A저축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는 1등급의 경우 최고 29.9%, 2~3등급 32.9%, 4~8등급은 최대 34.8%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 고객 가운데 74%가 6등급 이하에 몰려 있지만 평균 대출금리는 30%를 웃돌고 있다.

이른바 '30분 내 바로 대출'을 캐츠프래이즈로 내건 신용대출 상품은 더 심각하다.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빠른 시간 내에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1등급이어도 대출금리는 평균 25.8%에 달한다.

최근 금융지주가 인수한 B저축은행의 경우 8등급까지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는데 대출 금리가 평균 19%에 달한다. 또 다른 C저축은행은 대출금리가 7.9~12.5%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대출대상이 5등급까지 제한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평균 일반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말 15.1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6%)보다 낮은 수치이지만 2010년 12월(12.68%), 2011년 12월(14.71%)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최근 2금융권이 부동산 파이낸싱 대출 부실 등으로 영업수익이 악화되면서 금리를 올려 수익을 내고 있다"며 "우대금리를 통해 대출을 유인해 놓고 돈 없는 사람들한테 신용등급이라는 올가미를 씌워서 높은 금리로 이자 장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업체의 대출금리 상한은 39%다. 저축은행이 제도권 금융기관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신용대출 이자는 대부업체와 불과 5%포인트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해 잇따른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위축되면서 저축은행들이 소액 신용대출 확대에 나섰지만 그나마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이마저도 자제하고 있어 저신용자들은 또다시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강형구 국장은 "신용대출은 리스크가 많은 데다 대출중개수수료도 최대 11%대로 높은 실정"이라며 "이자제한법 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최대금리 상한은 39%, 미등록 업체는 30%인데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사채업자 수준으로 받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고질적 관행 '꺾기'

겉으로 드러난 2금융권의 대출금리 실태는 그나마 양호하다. 지난해에는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대가로 예금을 들게 하는 이른바 '꺾기' 관행이 대거 적발돼 제재를 받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3년간 601건과, 135억원에 달하는 꺾기가 검사에서 드러나 2011년 기관 경고와 과태료, 임직원 문책까지 받았다. 외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78건, 24억원으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꺾기를 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 전반의 편법 관행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은 꺾기 관행을 막기 위해 대출 전후 한 달 이내에 월수입금액이 대출금액의 100분의 1을 초과하는 예금계약을 원칙적으로 체결되지 않도록 내부 통제 전산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작동이 제대로 안되고 있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감독망을 피해 당장 구속성 예금을 유치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프로모션 캠페인이 벌어지면 방카슈랑스나 카드 발급 등을 기존의 대출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며 "꺾기가 아닌 영업행태로 자리 잡아 고질적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에는 은행권이 '서민 금융'을 내세우면서도 신용등급을 빌미로 대출금리를 야금야금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객을 유치할 때까지만 해도 우대금리를 내세우지만 카드론 대출 등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한테 자금을 조달해줘야 하는데 돈 없는 사람한테 대출을 많이 해서 이자 수익률을 올리려 한다"며 "은행에서 대출을 연장할 때 약정금리를 최대 10%로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등 소비자 보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lg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