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도 투자 ‘꽁꽁’… 돈이 안 돈다

2013. 1. 29. 21:5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저금리에도 투자 ‘꽁꽁’… 돈이 안 돈다

금리 2%대… 사실상 ‘제로’
투자처 못 찾은 부동자금만 폭증
기업 설비투자 3분기 연속 감소
세계일보 | 입력 2013.01.27 21:10 | 수정 2013.01.27 23

 

[세계일보]한국경제가 '돈맥경화'의 중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처럼 저금리가 지속되면 가계와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 경제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자 부담이 줄어도 가계의 지갑은 꽁꽁 닫히고 기업은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다. 회사채 등으로의 자금 유입도 별로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다니는 자금이 700조원에 이를 정도로 부동자금만 잔뜩 늘고 있다. 이 여파로 은행권 수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저금리 늪에 빠진 한국 경제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종 금리가 2%대에 맴도는 만큼 올해 물가상승률 2.5%(한국은행 예측치)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다.

콜금리는 24일 기준 2.75%를 나타냈다. 25일 기준으로 국고채(3년)와 통안증권(91일) 금리는 각각 2.71%와 2.70%다. CD금리(91일물)는 25일 현재 연 2.84%다.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도 연 2.84%를 기록 중이다. 회사채(3년, AA-) 금리는 25일 연 3.10%로 그나마 3%대를 지키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는 최근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에 머문다.

목돈을 맡겨도 이자가 적다 보니 지난해 은행 정기예금은 20조4000억원 느는 데 그쳤다. 64조1000억원이나 불었던 전년에 비해 세 토막이 난 상황이다. 작년 12월에는 11조8000억원이 한 달 만에 은행권을 이탈했다.

기업의 투자의욕도 얼어붙고 있다. 작년 1분기 10.3%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분기 -7.0%, 3분기 -4.8%, 4분기 -2.8%에 그쳤다.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해 11월 9조6781억원으로 전월보다 27.8%나 급감했다.



◆은행권 수익구조도 '휘청'

경제 전반이 돈맥경화에 시달리면서 은행권 수익에도 경고음이 울렸다. 대출금리를 낮춰도 돈을 빌려쓰는 가계와 기업이 줄다보니 경영실적이 내리막길로 치닫는 것이다. 사상 최대 수익을 구가하며 '반월가 시위'의 후유증에 시달렸던 2010년 호황기가 무색할 지경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9615억원(10.9%) 감소한 7조8707억원으로 추정됐다. 저금리 기조에서 지주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순이자 마진(NIM)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들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순이익은 더 줄어든 7조115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PB센터 영업전략부장은 "현금을 갖고 있으면 투자에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모두 불확실성이 커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혁 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