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도시 울고 작은도시 웃고… 지방 부동산 양극화

2013. 2. 25. 22:47부동산 정보 자료실

조선비즈 | 정한국 기자 | 입력 2013.02.25 03:03

 

대림산업과 삼호가 최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제3산업단지 인근에서 문을 연 'e편한세상 스마일시티' 아파트 모델하우스. 이곳에는 지난 22일부터 3일간 1만50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배후에 산업단지를 두고 있고, 전용 51~84㎡ 중소형으로만 이뤄져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천안에서 60㎡ 이하 새 아파트가 분양된 것은 6~7년 만이다. 대림산업 길승진 분양소장은 "천안은 그간 상대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지역이어서 지방에서도 아직도 살아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3월부터 본격화하는 올해 지방 분양시장에서 5대 광역시와 중소 도시의 양극화 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2~3년 사이 공급이 몰렸던 광역시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인 반면, 비슷한 시기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소 도시에선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등 5대 광역시에선 2010년 이후 2~3년간 분양시장에 청약자들이 몰리고 집값이 크게 뛰었다. 그러나 최근엔 건설사들이 5대 광역시에 주로 몰리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진 상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대 광역시의 주택 공급량은 약 2만 가구에 불과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9만 가구, 8만5000가구가량이 공급됐다. 올해부터는 2010년부터 공급된 아파트부터 차례로 입주를 시작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부산에서만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 가구에 이른다. 2007년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대구와 광주, 대전에서도 각각 6000~7000가구 물량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2012년보다 최대 2배 이상 입주량이 늘어난 것이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시장 침체 속에서 분양시장을 위축시키고, 집값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에 공급이 집중되는 현상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대 광역시 집값 상승률은 작년에 크게 꺾였다. 2011년 연평균 20.3%나 올랐던 5대 광역시 아파트값은 작년 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산은 작년 하반기에는 1.4% 떨어져 아예 하락세로 전환됐다. 대전은 상·하반기 모두 집값이 0.8~0.9% 떨어졌다.

반면 지방 중소 도시는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충남 천안·아산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평균 10~12% 안팎 올랐다. 경북 구미·포항 등도 8~11% 올랐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공급이 많지 않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또 배후에 기업들이 입주한 산업단지가 있고 개발 기대감도 큰 지역이다.

지방 중소 도시에는 노후 주택도 많아 '갈아타기' 수요가 더 나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작년 국토해양부가 인구 50만 이하의 지방 43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 중 노후·불량주택 비율이 26.2%로 전국 평균(18%)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방 중소 도시는 수도권과 달리 투자자들이 적고 수요층이 얇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주택 시장 불황에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이 잘 되는 지방 중소 도시를 찾고 있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자칫 공급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지방 시장의 경우 가장 분양을 먼저 하는 '1번 타자'만 성공 가능성이 높은 특성이 있어 시장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수요층이 적어 단기간에 공급 과잉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의 분양 계획을 면밀히 살펴서 청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