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람들, 한국인 보면 대뜸 첫마디가…

2013. 3. 6. 21:4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필리핀 사람들, 한국인 보면 대뜸 첫마디가…
기사입력 2013.03.06 14:07:30 | 최종수정 2013.03.06 15:50:26

 

"일시불로 선납하면 10% 할인됩니다. 투자 가치는 충분하니 한번 보고 가세요."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 인근 파사이시에 있는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무섭게 한 사람이 따라붙었다. 대번에 한국 사람인지 알아챈 한 영업사원은 기자에게 집중적으로 콘도(주상복합) 아파트 구입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 레지던스` 분양담당인 알덴 카바틴간 씨는 "지난해 말부터 21층짜리 아파트 4개동 분양을 시작했는데 이미 1개동은 마감됐다"며 "투자를 서두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가 권유한 아파트는 마닐라 인근 타귁시에 있다. 보니파시오 등에 유명 상가들이 입주하면서 세칭 `뜨는` 상업지구다. 방 2개짜리 54㎡(약 16평) 소형 아파트 가격은 380만필리핀페소(약 1억260만원).

그는 "한 달에 월세로 4만필리핀페소(약 108만원)를 받을 수 있고 집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중국ㆍ말레이시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돈이 없어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첫 3년 동안 집값의 15~20%를 내고 나머지는 대출을 알선해주는 식이다.

이 아파트를 개발하는 회사는 중국계 재벌인 SM그룹 건설사 SMDC였다.

쇼핑몰 반대 방향으로 길을 틀자 이번에는 파사이시에 있는 콘도형 아파트 분양이 한창이었다.

SM레지던스 분양을 담당하는 제롬 페레르 씨는 "지난해 9월부터 25.6㎡, 26.1㎡, 38㎡ 등 3개 평형 분양을 시작했는데 소형 두 가지는 이미 분양이 끝났다"며 "아시아계 투자자는 물론 호주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일반 대출금리보다 낮은 연 12% 대출이자 등을 내걸고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필리핀은 금산분리가 돼 있지 않아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고 있다. 계열 은행을 통해 패키지로 지원하는 셈이다. 기자가 한 시간가량 쇼핑몰을 도는 동안 세 군데 분양업체에서 투자 권유를 받았다.

마닐라에 10년째 살고 있는 김승용 씨는 "대개 월세 가격의 10배 정도에 매매가가 형성된다"며 "콘도형 아파트는 외국인 취득에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에 투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필리핀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필리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7.1%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6.8%를 기록해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비켜나 있다. 베트남(5.4%) 등 인근 신흥국 실적을 압도한다. 지난해 연간으로 6.6% 성장한 필리핀은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별다른 제조업이 없는 필리핀이 이렇게 고성장을 이룬 것은 부동산 시장 활황이 가장 큰 원인이다.

김준한 KOTRA 마닐라무역관 차장은 "민간투자가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설비투자보다는 콘도 건설 등을 위한 건설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부동산 활황을 이끌고 있는 지역은 크게 세 군데다.

마닐라시 인근 상업ㆍ경제 중심지인 마카티시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BGC(보니파시오글로벌시티), 오티가스센터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오티가스 지역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가 있는 곳으로 마카티에 이어 새로운 상업지구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BGC 지역에서 분양된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더 스위트`는 4일 만에 99%가 팔려 화제가 됐다. 136~340㎡(41~103평) 298채로 63층 높이인 이 아파트는 3.3㎡(한 평)당 분양가가 1600만원에 달했다. 16억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없어서 못 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마카티 지역 방 3개짜리 콘도형 아파트는 2005년 ㎡당 가격이 6만필리핀페소(약 162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12만필리핀페소에 달하고 있다. 3.3㎡당 1070만원인 셈이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다소 조정이 있었지만 최근 2년 새 20%나 급등했다.

 

콜리어스는 올해 마카티, BGC, 오티가스 등 3개 지역 지가가 각각 8.5%, 6.1%, 15.1%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닐라 주재원은 "현재 짓고 있는 주상복합 건물 중 상당수가 2015~2016년께 완공된다"며 "2~3년 후에 외부 충격이 오면 부동산 거품이 빠질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카티ㆍ타귁(필리핀) = 박용범 아시아 순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