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변국을 쓰레기통 취급

2013. 3. 7. 22:1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일본이 주변국을 쓰레기통 취급"
중국 국부펀드 CIC까지 나서 日 엔저 성토
기사입력 2013.03.07 17:29:21 | 최종수정 2013.03.07 21:06

일본이 중앙은행을 통해 엔 약세를 유도해 주변국의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차기 총재가 지난 4일 공격적 양적완화를 공언하고 나서자 중국 국부펀드가 나서 맹비난을 퍼부었다. 여기에 그동안 엔저를 용인해오던 미국 내에서도 일본중앙은행의 정치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영국도 일본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에 물가 안정보다는 성장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정부 입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6일 가오시칭 중국투자공사(CIC) 사장(사진)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그렇게(통화가치 절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주변국을 쓰레기통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국을 위협하고 환율전쟁을 촉발하는 행동은 주변국에 위험할 뿐 아니라 결국 일본 자신에도 나쁘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국부펀드인 CIC는 총 5000억달러(약 543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고위 관계자들은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인민은행의 천위루 위원도 이날 "환율전쟁 상황은 꽤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국은 명백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에도 중국의 국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은 일본은행의 결정으로 `통화전쟁`이 이어질 수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신화통신은 사설에서 "세계 전체적으로 국제적인 협력이 어려워지면서 그나마 이뤄지던 경기 회복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동안 엔 약세를 동조하던 미국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리처드 피셔 은행장은 6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지역 행사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을 정치화시켰다"며 정책적인 엔화 약세에 걱정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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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 정부의 엔 약세 정책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파이터` 구로다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하는 다음달 새로운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7일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가 마지막으로 주재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추가 양적완화 등 금융조치에 관해서는 특별한 결의가 없었다. 대신 일본 경제에 대해 "하락 움직임이 정지하고 있다"며 지난달에 이어 경기 판단을 상향 조정했다. 일본은행 경기 판단의 상향 조정은 3개월 연속이다.

중앙은행이 경기를 낙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달러당 엔화값은 장중 94엔을 돌파할 정도로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이날 엔화값은 오전장 한때 전일보다 0.83엔 하락한 달러당 94.11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트리플딥(경기 회복과 침체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현상)을 염려하고 있는 영국도 일본과 닮은꼴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재무부가 영란은행에 통화완화정책 압력을 한층 가중시켜 마크 카니 차기 영란은행 총재의 완화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총재 교체와 함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도 양국이 비슷한 대목이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오는 20일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영란은행에 성장을 위한 통화정책을 명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재무부는 통화정책위원회에 2% 물가목표 달성을 위한 기한을 연장하는 것과 영란은행에 연준처럼 고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임무를 명시하는 방안, 심지어 물가 대신 경상지출 목표 제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서울 = 한예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