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와 원화 환율의 상관관계

2013. 3. 20. 22:29C.E.O 경영 자료

[환시포커스] 다우지수와 원화 환율의 상관관계

  • 김두현 한국외환은행 수석 외환딜러
  • 조선비즈 입력 : 2013.03.18 10:30

    국제 금융시장의 딜러들이 시장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는 ‘리스크 온’ 또는 ‘리스크 오프’ 모드라는 표현이 있다. 투자자들의 리스크(위험)에 대한 선호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리스크 온 모드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이익을 극대화하고 리스크 오프 모드에서는 위험자산 투자를 회수하고 안전자산으로 대체투자를 늘려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여기서 위험자산은 통상 주식, 상품(원자재), 금리의 상승과 관련된 상품들을 의미하고 안전자산은 통상 미국 국채, 금의 상승과 관련된 상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의 경우는 통상 세계 주요국 통화 대비 위험통화로 인식된다. 리스크 온 모드에서는 원화를 매수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하고 리스크 오프 모드에서는 원화를 매도해 원화 환율이 상승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미국 주식시장 방향과 반대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움직여 왔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특히 3월 들어서 이런 통상적인 인식들에 심각한 변화가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택·고용지표의 지속적인 호조에 기댄 리스크 온 모드 재료가 다소 우세한 가운데 시퀘스터(sequester·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 발효에 따른 경기 악화 가능성과 이탈리아 정국 불안에 따른 유럽의 경제개혁 노력 후퇴 가능성, 중국의 경기 긴축정책 가능성 논란 등 리스크 오프 모드 재료가 혼재돼 쉽사리 온과 오프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판단이 내려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 주식시장, 특히 다우지수(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10영업일 연속으로 상승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어렵사리 리스크 온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우는 모습이다.

    문제는 국제 금융시장의 리스크 온 모드에도 불구하고 원화 환율과 미국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필자가 계산한 미 다우지수와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간의 상관관계는 지난 2년간(2011년 3월 21일~2013년 3월 15일) -0.2라는 상관계수(미국 주식 상승 때 원화 환율 평균 20%의 하락 움직임으로 반응)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0.86의 상관계수(다우지수 상승 때 원화 환율이 86%의 확률로 오히려 상승)를 보이며 기존 리스크 모드의 상관관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2월 중반 이후 강한 숏심리(환율 하락 기대 심리)를 나타내며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매도 물량을 쏟아냈던 서울 환시 딜러들과 수출업체들을 당혹하게 하며 지난주 말 1110원을 웃돈 원화 환율에 대해 설명이 되는 한가지 부분이다.

    다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이에 대해 필자는 해외투자자들의 인식변화를 들고 있다. 이번 리스크 온 모드가 순전히 미국에 의해서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인데 미국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자들이 미국의 위험자산을 제외한 다른 위험자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확신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1080원대에서 1100원대로의 원화 환율 상승은 대부분 역외투자자의 고집스러운 매수세에 근거한 것으로 판명됐는데 북핵 이슈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서 한국 주식·채권 투자분에 대한 헤지 비율(주식 투자 후 환율 상승에 대비해 선물환을 매수하는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인 전략 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상관계수에 근거한 상관관계가 사후적인 통계학기법이라는 점에서 향후 움직임에 대한 절대적인 수단이 될 수는 없겠으나 과거의 도식적인 상관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의 다소 어정쩡한 리스크 온 모드를 이끈 미 경제지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미 증시의 하락 조정 때 원화 환율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상승 때 매수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들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상관관계의 역학 변화에 두 번 연속으로 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