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3. 22:04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너무 비싸”… 전공서적 안사는 대학생들
국민일보 입력 2013.04.03 17:57
건국대 경영학과 박소희(20·여)씨는 이번 학기 전공·교양서적 구입비로 10만원 정도만 지출했다. 새 책을 구입했다면 30만원을 훌쩍 넘었겠지만 선배들이 쓰던 중고책을 사들여 돈을 절약했다. 서울시립대 전자공학과 김모(22)씨는 인터넷에서 PDF 파일로 된 전공서적을 다운받아 태블릿 PC에 저장해 두고 수업을 듣는다.
최근 연세대 마광수 교수의 '대학교재 영수증' 논란으로 교재 구입을 강요한 마 교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죽하면 영수증을 붙이라고 했겠느냐'며 책을 사지 않는 대학가 풍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3일 대학가를 둘러보니 교재를 사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학생들이 책 구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한 권에 5만∼6만원씩 하는 비싼 책값도 원인이었다. 그러나 수업 패턴이 파워포인트(PPT)나 유인물 활용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굳이 책이 필요하지 않게 된 이유도 많았다. 특히 3∼4학년은 취업 준비로 전공서적 구입은 뒷전이었다. 학생들은 교재 구입 대신 제본을 하거나 중고 교재를 이용했다.
서울대 인근 A제본소는 하루 평균 10여건의 교재 제본을 주문받는다. 140쪽 분량의 제본서는 배송료를 포함해 7000원이었다. 제본소 관계자는 "외국어 전공 학생들의 경우 교재 대부분이 원서라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 단체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중앙대 구내서점 운영자 신모씨는 "제본이나 PDF 파일의 여파로 전공서적 매출은 해마다 줄고 있다"며 "요즘 학생들은 책을 사려는 친구에게 대놓고 제본을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박모(23)씨는 친구 5명이 전공서적을 한 권씩 구입해 PDF 파일로 제작, 서로 공유한다.
대신 중고 서점은 활기가 돈다. 서울 신촌의 알라딘 중고서점에선 하루 평균 20∼30건의 대학 교재가 거래된다. 지난 1월 800여건, 2월 900건, 지난달에는 980건이 거래됐다. 가격은 새 책의 50∼70% 선으로 들어오는 즉시 판매된다. 온라인 중고서점이나 각 대학의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도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다.
출판 평론가 장동석씨는 "딱딱하고 두꺼운 개론서 시대는 끝났다"며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 몇 백쪽짜리 전공서적을 들고 다니는 건 벅찬 일이 됐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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