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50%로 인하] 政·官·시장 ‘3중 압박’에 ‘소신’ 접고 ‘명분’ 선택

2013. 5. 9. 21:50C.E.O 경영 자료

[기준금리 2.50%로 인하] 政·官·시장 ‘3중 압박’에 ‘소신’ 접고 ‘명분’ 선택

 

한은 ‘금리 인하’ 돌아선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한국은행이 9일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고집'을 꺾고 '경제 살리기' 명분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더디지만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경기진단은 그대로 둔 채 금리를 내린 것은 정치적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한 번도 준적이 없다'던 김중수 한은 총재가 갑자기 인하 쪽으로 돌아선 이유는 금통위원들이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인하 쪽으로 변심했기 때문이다. 줄곧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버블(거품)'을 강조했던 김 총재의 입장이 한마디로 난처해진 셈이다.

김 총재는 입으로는 금리동결을 의미하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결국 금통위원들의 '변심'에 두 손을 든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김 총재의 지도력도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추경 효과 극대화 차원"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정부와 채권시장, 정치권의 삼각편대 '압박'과 시장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판단'이나 '소신'보다는 '정치적 결단'을 한 셈이다.

'구애'에 가까웠던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요구를 저버리기엔 금통위 위원들의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정부와의 정책공조 명분을 위해 '자존심'을 꺾은 것이다. 정부와 시장의 압박에 금통위원들이 무릎을 꿇은 셈이다.

김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이라는 새 정부 정책의 변화가 있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경제회복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동참하고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금리인하로 올 경제성장률 0.2%포인트, 내년 성장률은 0.3%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이 내놓은 올해 2.6%, 2014년 3.8% 성장률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통위원, 정책 공조 위해 변심?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변명'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의 추경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정책공조 차원으로 해석된다. 경기 침체 지속과 낮은 물가 상황, 금융시장 기대치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익론'이 '개인의 자존심'에 앞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 목표치(2.5∼3.5%)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것도 금리를 내린 배경으로 꼽힌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1.2%를 기록해 6개월 연속 1%대에 머물고 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상품 공급 측면에서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산 버블(거품)과 금리 생활자의 소득 축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금리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경기침체기에는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경기가 모멘텀을 회복하면 다시 필요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총재, 리더십 훼손 불가피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이후에도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인도 델리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0.5%포인트나 금리를 인하한 것은 굉장히 큰 것"이라며 "어디까지 내려야 한다는 것이냐.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는 '이제는 (기획재정부) 네 차례야'라고 말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잇따라 금리동결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한 것이었지만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불과 며칠 새 전격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총재가 잇따라 금리동결을 의미하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결국 금통위원들이 등을 돌렸다"면서 "이번 금리인하 결정으로 앞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