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2. 21:36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출자 웃고 예금자 울상… 저금리 명암 뚜렷
세계일보 입력 2013.05.12 20:07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소비·기업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인가. 부채를 잔뜩 지고 있는 경제주체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금융자산가의 이자소득은 줄어드는 만큼 소비 위축의 부정적인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금리 인하는 경제주체별로 명암을 드리운다. 금리 인하만으로는 소비·투자 진작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12일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권의 경우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연간 1조8000억원 줄고, 예금이자는 1조6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내렸다.
금감원 추산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부담 경감액은 가계가 9000억원, 중소기업이 7000억원, 대기업이 2000억원이다. 3월 말 기준 은행권 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다. 가계대출은 458조8000억원 중 76.0%, 중소기업은 469조6000억원 중 55.9%, 대기업은 160조1000억원 중 56.5%가 변동금리다. 가계대출의 경우 차주가 1060만명 가량이니 1인당 연 10만8000원 이자부담을 덜게 된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기업은 169만개여서 1사 평균 연 93만2000원 만큼 이자부담이 가벼워진다.
빚 상환 부담이 줄면 경제심리가 개선될 것이나 곧바로 소비·투자 증가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선순환을 기대하기엔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 자영업자를 포함하면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서고도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로는 156%를 넘어섰다. 지난 5년 가계부채 비율을 130%대에서 110%대로 떨어뜨린 미국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게다가 빚을 진 경제주체들이 금리인하 혜택을 보는 반면 예금자들의 손실은 늘게 됐다. 안 그래도 이자생활자들은 씀씀이를 줄이던 터다. 3년 전 퇴직한 A씨(59)는 금융자산 10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뒀는데 이자소득이 이미 1000만원가량 줄어 골프장 대신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등 '긴축재정'을 운용 중이다.
A씨는 "자식 결혼자금 등 앞으로 돈을 쓸 일이 많은데 원금을 까먹다가 생활이 빠듯해질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10억원을 쥔 자산가가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저금리의 그늘도 짙은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가계부문 전체의 이자수지는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2485조4000억원, 금융부채는 1158조8000억원으로 순금융자산이 1326조6000억원에 이른다. 저금리 기조에서 가계 부문은 부채를 키우며 소비를 제약하는 한편으로 이자소득 감소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의 그늘이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와 60세 이상 은퇴자들의 소득여건 악화가 우려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60세 이상은 연간 경상소득 2340만원 중 이자·연금 등 재산소득이 283만원으로 12.1%에 달한다. 노인가구는 이 비중이 18.8%에 이른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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