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양적완화 덫에 걸려.. 잘나가던 브릭스 경제 '휘청'

2013. 6. 11. 22:01지구촌 소식

선진국 양적완화 덫에 걸려.. 잘나가던 브릭스 경제 '휘청'

국민일보 | 입력 2013.06.11 18:33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중국 인도) 국가들이 구조적인 경제 문제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덫에 걸려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적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국가 신용등급 전망이 향상되거나 수출이 증가하는 등 뚜렷한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허우적거리는 브릭스=신용평가기관 피치는 10일 '그림자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또는 해당 금융상품)이 만연한 중국에 처음 위험성을 경고했다. 피치는 중국의 그림자 금융에 대해 "많은 측면에서 거친 서부와 같다"고 비유하면서 "그림자 금융이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저해하면서 중국의 신용등급도 떨어뜨릴 수 있는 압박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치의 샤를린 추 선임국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은행 혹은 기업의 채권을 갖고 있거나 여기에 투자했던 외국 금융기관도 손해가 불가피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림자 금융의 거품이 터지면 매우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외국 금융기관이 현재 이렇게 노출돼 있는 위험 규모가 약 1조 달러라고 추산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지난해 말 현재 약 29조 위안(약 525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달한다.

인도는 외국계 자본이 대거 이탈하면서 루피화가 기록적으로 폭락하는 등 환율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미 달러화 대비 루피화 환율은 10일 달러당 58.225에 거래돼 지난해 6월 57.33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루피화는 지난달 이후 7.5%나 떨어져 아시아 주요 통화 중 낙폭이 가장 크다. 외국계 자본 이탈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 논란이 빚어지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인도 재무부의 한 관리는 "자본 이탈이 10∼15일가량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남미 최대 경제권인 브라질은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다 내수 역시 부진한 상황에서 고물가를 겪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최근 5분기 연속 기대치를 밑도는 등 바닥을 치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소비권장 정책을 무더기로 내놓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은 그간 저금리 기조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인플레이션만 유발하고 있다며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0.5% 포인트나 올렸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안도'=미국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콘퍼런스보드는 10일(현지시간) 5월 중 고용추세지수가 전월(111.11) 대비 0.6% 상승한 111.7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년11개월 만에 최고치로 고용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 언론들은 분석했다. 고용추세지수는 현재 수치는 물론 고용 전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국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음을 나타내준다.

전날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하면서 밝힌 이유도 주목을 끈다.

일본은 11일 일본은행 주도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대규모 양적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키로 했다. 양적완화 정책 지속 결정은 개인 소비가 증가하고 수출 역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발간한 월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 주도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독일을 포함한 선진국도 조금씩 성장동력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