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해킹법' 버젓이 떠돈다
2013. 6. 30. 20:54ㆍ이슈 뉴스스크랩
인터넷에 '해킹법' 버젓이 떠돈다
포털 연관검색어 상위엔 '해킹법' 올라
"포털이 좀 더 엄격한 잣대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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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및 일부 언론사 홈페이지가 외부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지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인터넷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민간사이트 피해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DB>> |
(서울=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3·20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정부 주요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면서 '해킹'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최근 포털의 검색어 중에는 '해킹하는 법'이나 '해킹툴 문의'처럼 해킹을 직접 실행해 보려는 듯한 검색어도 많다.
해킹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위법 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검색어가 유통·공유 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인 포털이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포털은 관망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 "해킹하는 법 알려 드려요"…포털은 해킹법 배우는 통로
30일 국내 3대 포털인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검색창에 '해킹'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 상위에 '해킹배우기', '해킹툴', '해킹방법'과 같은 단어가 검색어 자동완성이나 연관 검색어 제공 서비스에서 제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킹툴은 해킹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네이버는 '해킹'이라는 검색어에 대해 15개의 검색어 자동완성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 중 제일 위에 나오는 검색어는 차례로 해킹송, 해킹배우기, 해킹툴이다.
연관검색어에는 '왕초보 해킹 배우기'가 들어 있다.
이 단어를 클릭하면 '좀비 PC(컴퓨터) 만드는 법'이 연관검색어로 제시된다. 좀비 컴퓨터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데 쓰인다.
금융사와 언론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해킹 사태와 최근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기관, 정당, 일부 언론사를 공격한 '6·25' 사이버공격에도 모두 좀비 컴퓨터가 활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2위 포털인 다음도 해킹툴, 해킹하는 법, 해킹프로그램이 자동완성 검색어에서 상위에 올랐다.
포털에 떠도는 해킹 방법 전수는 검색어 서비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해킹 또는 해킹툴 같은 단어를 넣고 몇 번의 검색 과정만 거치면 최근에 올라온 해킹관련 지식이나 정보는 물론 5년 전에 올라온 게시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검색요청이나 게시물이 모두 바로 범죄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이 중에는 본인의 온라인 계정을 찾기 위한 단순한 목적부터 보안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올린 질문도 있다.
문제는 실제 범죄 행위를 조장하거나 조장할 위험이 있는 검색 요청, 게시물까지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해킹툴 목록을 공개한 한 블로그를 보면 '해킹툴 판매·유포시 처벌받습니다'라는 안내문을 함께 올려뒀음에도 '몇 개만 개인 메일이나 쪽지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
이런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에서 해킹툴이나 해킹방법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작년 여름에는 인터넷에서 해킹툴을 내려받아 모 결제사이트로부터 1억원을 가로챈 고등학생 4명이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 "사이버 범죄 유혹 빠질 우려"…"인터넷 기업이 자율 정화해 줄 필요"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해킹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7의 4항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
실제 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이런 검색어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것에 대해 한 포털의 관계자는 "'해킹하는 법'이라는 검색어는 그 목적과 의도에 대해 단정할 수 없는 중립적인 성격의 단어기 때문에 자동완성검색어나 연관검색어 서비스에서 제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포털의 관계자는 "최근 사회분위기상 민감한 문제긴 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고 사회 공익 측면에서 여러 정보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며 "현재로는 이런 검색어를 제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보안 전문기업 관계자는 "'스크립트 키드'라고 해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킹툴을 이용해 해킹을 저지르는 10대가 많다"며 "자칫 가치관이 채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이 사이버 범죄 유혹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포털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법에 대한 지식이나 도덕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는 현재와 같은 인터넷 환경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터넷 기업이 자율적인 정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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