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乙' 하도급업체들 휘청.. 3665곳 문닫아

2013. 7. 4. 21:40건축 정보 자료실

'건설의 乙' 하도급업체들 휘청.. 3665곳 문닫아

[1분기 부도 21% 증가… 대책 안나오면 동시파업 검토] 미장·방수·도장·실내건축… 직원·가족 300만명 생계 달려 甲 대형 건설사들 부당한 요구, 예상가격 10%에 初低價 수주 公共 공사도 입찰가 인하 요구 조선비즈 | 이위재 기자 | 입력 2013.07.04 03:07

 

 

건설공사에서 미장·방수·도장 등 세분화된 공종(工種)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부도·폐업·등록 말소를 한 전문건설업체가 3665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 1분기에만 35개 업체가 부도 났다. 이전 분기와 비교해 21% 늘어난 것이다. 건설경기 침체, 불공정한 하도급 풍토, 정부 SOC(사회기반시설) 공사 축소 방침이라는 '삼중고(三重苦)'가 겹친 결과다.

전문건설업체 종사자 5000여명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으로 뚜렷한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전국 공공공사 현장에서 동시에 파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건설업체는 전국에 6월 현재 5만8756개사가 있고, 직원과 그 가족까지 합치면 300여만명이 이를 통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대한전문건설협회 추산이다. 업계에선 "자칫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왜 상황이 악화되나

전문건설업체 A사는 지난해 4월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대형 업체인 S건설로부터 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4억4000만원 손실을 봤기 때문. 애초부터 S건설이 무리하게 입찰가를 낮추도록 유도, 예상 가격(23억원)보다 20% 싼 18억4000만원에 공사를 떠안은 게 화근이었다.

이같은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 건설사(원도급자)와 전문건설업체(하도급자)가 전형적인 갑을(甲乙) 관계이다 보니 전문건설업체는 일을 맡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금 미지급 등 원도급자에게 불공정 거래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 하도급업자는 조사 대상 중 28.6%에 달했다.

공공공사 발주 환경도 문제다. 현재 정부는 예산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입찰가를 계속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초 건설사가 예상한 가격의 60~70% 수준에서 공사가 낙찰되고, 이 공사가 다시 하도급업체에 내려갈 때는 비용이 더 깎여 터무니없는 초저가 수주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4대강 공사 때 하도급업체가 예상가의 10%에 불과한 공사비를 받으면서 공사를 수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고광양 대한전문건설협회 계약제도과장은 "이렇게 공사를 맡기면 부실 공사가 발생할 우려도 크고 건설사들 경영 악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적정 공사비 책정해야"

올 1분기 대한전문건설협회가 건설 경기 전망을 조사했더니 조사 대상 전문건설업체의 90%가 건설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이 8년 만에 100조원 밑(98조7000억원)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전문건설업계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들마저 잇따라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하도급업체에 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들도 위기에 몰리는 처지다. 보통 대형 건설사 1곳이 쓰러지면 이와 관련된 전문건설업체 100여곳이 타격을 입는다고 건설업계에선 추산한다.

전문건설업체들은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적정 공사비에 한참 모자라게 입찰가를 설정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발주처 책임으로 일어난 공사비 상승분을 떠넘기지 말고 △대형 건설사(원도급사)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분리발주제(전체 공사 공정 중 세부 공사를 각각 나눠서 발주하는 것)'를 하루빨리 법제화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