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청년창업]② 특허 비용 탓에 좌절하는 청년들

2013. 7. 23. 21:16C.E.O 경영 자료

[산으로 가는 청년창업]② 특허 비용 탓에 좌절하는 청년들

  • 장우정 기자
  • 남재현 기자
  • 조선비즈 입력 : 2013.07.23 06:00

    [산으로 가는 청년창업]② 특허 비용 탓에 좌절하는 청년들

    지난 4월 초 ‘2013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 전시회’에 부스를 차린 국내 인테리어 디자인 벤처업체 ‘㈜움직임’은 현지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회사인 ‘돌체비타’로부터 뜻밖의 성과를 거뒀다. ㈜움직임이 만든 물건을 유럽에서 팔고 싶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럽 특허 취득이었다.

    양재혁(26) ㈜움직임 대표는 “돌체비타 측이 유럽에서 특허가 없으면 디자인 도용으로 손해볼 수 있다며 특허권 취득 여부를 물어왔다. 유럽에서 디자인 특허를 내려면 7000만원 가량이 든다. 부담이 커 걱정이라고 하니 특허출원 비용을 대신 내주겠다고 하더라. 제안 수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움직임은 일단 자비 3000여만원으로 국내 특허 11개를 출원했다. 국내에서 특허를 출원하면 외국에서도 디자인 특허권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인정해준다. 올해 10월까지는 외국에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김두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전문위원(한국 변리사·미국 변호사)은 “다른 업체가 특허 출원 비용을 지원하게 되면 (조건에 따라) 해당 권리를 뺏길 수 있다.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년 창업가 상당수가 아이디어나 기술을 개발하고도 특허 출원비용이 없어 좌절하고 있다. 특히 해외특허 출원비용은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부는 청년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 초기 필요한 특허 출원비용 지원은 ‘나 몰라라’ 한다. 담당부처인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는 개인 재산권이다. 정부가 왜 (특허 출원비용을) 지원해야 하나”고 말했다.

    ‘특허 출원비용은 손톱 밑 가시’… 특허 없어 아이템 뺏기기 일쑤

    청년 창업가들은 특허 출원비용을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한다. 한 청년 창업가는 “정부가 청년 창업을 지원하려면 창업가에게 절실한 것부터 지원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특허권은 대기업의 특허침해로부터 청년 창업가나 중소 벤처기업인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다. 박찬훈 특허전문 변호사(법무법인 강호)는 “중소기업이 특허권을 갖고 있으면 대기업이 침해하지 못한다. 침해하면 형사처벌된다.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권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년 창업가에게 특허 출원비용은 감당하기 힘들다. 국내 특허 출원비용은 건당 200만~300만원, 해외 출원비용은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특허 출원서를 대리 작성하는 변리사의 수임료 비중이 가장 크다. 한 변리사는 “출원서는 정해진 형식에 맞춰 선행 특허 유무, 기술 효과 입증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분량도 50~100장에 달한다. 창업자 혼자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천만원짜리 해외 특허도 옥석 가려 지원해줘야”

    그래픽= 박종규(hosae1219@gmail.com)
    그래픽= 박종규(hosae1219@gmail.com)

    지난 5년간 국내외 특허 출원 건수(통계청 집계)는 늘어났다. 하지만 지원금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허청이 발표한 지식재산 지원사업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개인 발명가나 중소기업에 특허 한 건당 100만원 이내(최대 3건)로 국내 출원비용을 지원한다. 디자인특허 출원비용은 국내 한 건당 35만원 이내, 해외 280만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정부 지원은 국내 특허 출원에 몰려 있다. 해외 특허 출원비용 지원금은 미미하다. 특허청은 개인이나 중소기업 상대로 PCT(특허협력조약) 출원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건당 300만~700만원을 지원한다. 개인(기업)별 한도는 1400만원이다. 청년 창업가 상당수는 “특허 침해를 막기 위해선 국내보다 해외에서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 (정부가) 해외 특허 출원비용을 보태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찬훈 변호사는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 해외 기술특허 출원비용은 건당 1000만원 이상이다. 국내 기업이 특허권을 획득하면 상당 기간 독점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국가 경제에 기여할 특허를 선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곳간은 빠듯

    특허청은 개인 발명가나 중소기업을 상대로 특허 출원 수수료의 70%를 감면해준다. 다만 특허청 수수료는 변리사 수임료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창업가 다수는 수수료 감면은 창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허청은 특허 출원 수수료를 받아 운영하는 기관이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살림은 빠듯하다. 특허청 연간 수익은 4000억원 남짓이다. 임직원 1800명의 인건비와 전산투자 등 경상비를 제외하면 지원 여력이 없다.

    이정구 특허청 지식재산홍보 담당 사무관은 “특허청은 특허 출원 수수료로 먹고산다. 해외 특허지원 예산을 늘리려면 수수료를 올리거나 특허 출원 건수가 크게 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