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적 거품에 '끝'이란 없어… 잠시 줄었다가 또 부풀어 오를 뿐

2013. 7. 24. 22:37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칼럼 Outside] 투기적 거품에 '끝'이란 없어… 잠시 줄었다가 또 부풀어 오를 뿐

  • 로버트 실러·예일대 교수

  • 조선비즈 입력 : 2013.07.20 03:04

    로버트 실러·예일대 교수
    로버트 실러·예일대 교수

    2006년 사상 최대 규모의 세계 부동산 거품 붕괴, 그리고 이듬해 주요 주식시장 거품이 터진 이후 사람들은 이제 '거품 이후(post bubble)'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품 얘기는 끊이지 않고 다시 나타나고 있다. 주택가격 거품, 글로벌 주식시장 거품, 유가 거품, 금값 거품, 장기 채권 거품…. 얼마 전 방문한 콜롬비아도 부동산 거품이 심각했다. 콜롬비아는 보고타 등 3대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를 발표하는데, 이 지수는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4년 이후 69% 상승했다. 특히 2007년 이후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몇 년 전 미국을 떠올리게 했다.

    도대체 '투기적 거품'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어쩌면 우린 거품이란 단어를 너무 부주의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거품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효율적 시장이론'의 강력한 옹호자인 유진 파마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단어는 크게 유행을 탔지만, 실제로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투기적 거품'이란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한 소식이 투자자들의 열광을 자극하고, 그런 열광이 심리적 전염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퍼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점점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데, 이들은 투자의 실제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도,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성공에 대한 부러움 때문에, 또 한편으론 투기꾼이 느끼는 흥분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거품을 거스르는 투자가 왜 어려운지 설명이 된다. 심리적 전염은 가격 상승을 정당화하고, 거품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라는 심리를 강화한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거품은 기본적으로 사회심리학적 현상이기 때문에 통제가 어려운 게 정상이다. 금융위기 이후 각종 규제 조치는 앞으로 거품의 발생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품에 대한 대중의 공포는 심리적 전염을 가속화해 거품 붕괴를 자기 실현적 예언으로 만들어 버린다.

    '거품'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문제는, 점점 커지다 펑 터지고 없어지는 비누 거품 같은 것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적 거품은 어느 날 펑 터져 없어지지는 않는다. 약간 줄어들었다가 또 부풀어 오르곤 한다.

    나는 거품보다 '투기적 전염병'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고 본다. 독감 인플루엔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전염병은 잦아들었다가도 환경이 변화하거나 더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또 갑자기 창궐하기도 한다. 투기적 거품도 마찬가지로 사그라졌다가 또 다른 새로운 상황이 되면 확 번지곤 한다.

    이것이 바로 1929년 절정을 이뤘던 미국의 1920년대 주가 호황기 때 발생한 상황이다. 우리는 당시의 드라마틱한 가격 상승을 거품이라는 단어로 표현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했다. 사실 '검은 화요일'의 주가 폭락 이후 주식 붐이 일면서 1930년의 주가(물가를 감안한 실물 주가)는 1929년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러다 두 번째 폭락이 왔고, 1932~1937년 다시 상승했다가 세 번째 폭락이 왔다.

    투기적 거품은 소설이나 연극처럼 완결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의 모든 비밀이 공개되고 대단원의 막이 내려가는 진정한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세상에서는 이야기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