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갑작스런 기자회견..당국자간 몸싸움도

2013. 7. 25. 22:57이슈 뉴스스크랩

북, 갑작스런 기자회견..당국자간 몸싸움도

한겨레 | 입력 2013.07.25 21:50

 

 

[한겨레]20여명 프레스룸 들이닥쳐


기자들에 합의서 초안 등 배포

"우리에게 얘긴 해야지!"(남쪽 관계자)

"자유라며!"(북쪽 관계자)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남북 6차 실무회담이 열린 25일 오후 5시23분께 남쪽 기자들의 프레스룸이 설치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4층으로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포함한 북쪽 당국자 20여명이 들이닥쳤다. 박 단장 일행은 서류 봉투에 든 자료를 급하게 배포한 뒤, 강경한 어조로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박 단장의 기자회견을 막는 과정에서 한때 남북 당국자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북쪽 당국자들이 배포한 것은 지난 3~4, 6차 회담 때 북쪽이 제시한 기조발언과 합의서 초안이었다. 북쪽의 3차 합의서 초안을 보면 "북과 남은 (중략) 그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업지구의 정상 운영에 저해를 주는 정치적, 군사적 행위를 일체 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이는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 사태에 이르게 된 원인이, 공단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돈줄이라고 한 남쪽의 비방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에 의한 것이라는 북쪽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북쪽의 이러한 입장은 4차 회담 초안까지 큰 틀에서 유지되지만 6차 회담 초안에선 "북과 남은 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후퇴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해 온 우리 정부는 이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밖의 쟁점에서 북쪽은 △공단의 안정적 운영과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기구와 제도적 장치 마련 △지구 안의 인원들에 대한 신변안전과 투자재산 보호 담보 △통행·통신·통관 문제 등 이른바 '3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 등 우리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모습이었다. 북쪽은 또 개성공단의 국제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신 3~4차 초안에 포함됐던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쪽 기업들에 부여된 모든 특혜들을 철회한다'는 내용을 6차 초안에선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