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9. 21:13ㆍC.E.O 경영 자료
사라진 공약,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를 재건하라
한겨레 입력 2013.07.28 18:30 수정 2013.07.29 15:30
[한겨레]국민행복 10대공약의 제목 '중산층'
박근혜정부 출범뒤 언급조차 안돼
신분상승 사다리는 치워지고
삶의 질은 갈수록 나빠지고
중산층의 자긍심도 무너져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
중산층 복원에 정부 나서야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국민행복 10대 공약'의 제목이었다. 일자리 공약과 복지 공약은 물론 경제민주화 공약조차 중산층 70% 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배치될 만큼, 중산층 복원은 박근혜 후보의 최상위 목표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중산층이 사라져버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올해 2월 발표한 '박근혜 정부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에서 중산층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출범 이후 발표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에서도 중산층 70% 복원이라는 목표는 보이지 않았다.
중산층은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다. 중산층이 탄탄해야 사회갈등도 줄어들고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그런데 글로벌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경제성장이 저절로 중산층을 강화시키지는 않으며, 오히려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산층이 엷어지는 경향성을 띠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경제·사회의 중추인 중산층을 복원해야 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방치하면, 사회갈등이 커지고 경제발전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1990년 75.4%에 달하던 중산층이 2012년 69.1%로 감소한 반면, 빈곤층은 7.1%에서 12.1%로 증가했다. 거의 100만가구가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한 것이다. 게다가 중산층의 삶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 중산층 중에서 적자가구(가처분소득<소비지출)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5.8%에서 2010년 23.3%로 크게 상승했다.
더 큰 문제는 중산층의 자긍심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수준으로는 중산층에 속하지만, 정작 본인은 저소득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소득과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계층의식을 조사한 결과, 본인이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2003년 56.2%에서 2011년 52.8%로 줄어든 반면, 하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2.4%에서 45.3%로 증가했다. 계층 이동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사람들은 느끼고 있다. 일생 동안 노력하더라도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2006년 62.9%에서 2011년 67.1%로 증가한 반면, 신분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37.1%에서 32.9%로 감소했다.
중산층이 두텁지 못한 것은 정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재분배 정책, 즉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걷어 저소득자를 지원함으로써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그 기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꼴찌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의 소득재분배 이전에는 저소득층 비중이 34.7%에 달했으나 소득재분배 이후에는 7.9%로 무려 26.8%포인트나 감소했고, 핀란드도 32.2%에서 7.3%로 24.9%포인트 줄어들었다. 독일과 룩셈부르크, 벨기에,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에서도 정부의 재분배 기능으로 인해 저소득층 비중이 20%포인트 이상 감소했고, 스페인,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웨덴, 덴마크, 포르투갈, 노르웨이, 그리스, 네덜란드, 폴란드에서도 15%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한국은 17.3%에서 14.9%로 2.4%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쳐, 칠레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산층 복원에 한국 정부가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듯이, 정부는 모든 사회·경제 정책을 중산층 복원에 맞춰야 한다. 저소득층이 다시 중산층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신분 상승 사다리를 복원시켜야 하고, 중산층이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먼저 일할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사회보호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근로능력은 있으나 직장이 없는 저소득층의 경우,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좀 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직장이 있는 워킹푸어를 위해서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최저임금을 중위소득의 50% 수준으로 점차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통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 점차적으로 중위소득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차상위계층의 정의를 '최저생계비 100~120%'에서 '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바꿈으로써,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이 중산층 복원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중산층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직접적인 정부 지원을 늘리기보다는 생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비를 줄이고, 보육비 부담도 경감해야 하며, 물가 안정을 통해 실질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조세부담률을 높여야만 정부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것과 더불어, 증세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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