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0. 20:25ㆍ건축 정보 자료실
[위기의 해외건설④]해외진출 활성화 방법은 없나?
뉴시스 이재우 입력 2013.08.10 05:32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1 시공 순위 10위권대인 A사는 최근 1억200만 달러에 따낸 동남아 호텔 건축공사 이행보증증권(P-Bond)을 받지 못해 애를 태웠다. 기술력이나 공사실적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국내 금융기관이 지급 보증을 거부했기 때문. 당시 이 회사가 입찰에 통과하고도 이행보증증권을 받지 못해 낙찰 대상자에 배제될 위기에 놓인 프로젝트만 총 71억 달러에 달했다. 더구나 중소형업체들은 입찰보증(B-Bond)도 받지 못해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된다. 해외시장을 탈출구로 삼았지만 지급 보증과 자금 조달 등 벽에 막혀 주저 않고 있는 것이다.
#2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1603억 바트(한화 6조1000억원) 규모 태국 통합 물관리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수공은 오는 9월 사업관리를 할 태국업체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환기업 등 국내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10조원이 넘는 이 사업은 한중일 3국 정상이 직접 나서 지원할 정도로 수주전이 치열했다. 정부가 끌고 민간이 나서 물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입한 대표적인 민관 협업 성공사례다.
건설업체들이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 수주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2분기 실적 발표가 보여주듯 해외사업 성패가 기업의 주가를 좌우할 정도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건설업체들의 고민도 커가고 있다. 열악한 금융 조달 능력과 정보, 인력, 리스크 관리 능력, 편중된 시장·공종 등 해결할 내부 악재가 많은데다 대규모 국가 지원을 배경삼아 시장을 잠식해오는 해외 업체와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열악한 금융 환경은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 막는 원인 중 하나다.
업체들은 공사 자체 수익성 보다 담보 여부 등을 중시하는 국내 금융 환경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수한 기술력과 좋은 프로젝트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도 담보로 내세울 자산이 부족한 경우 자금 조달이 어려워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2월 해외건설협회 회원사 9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설문에 참여한 28개 중견기업(2010년 토건 시공평가 순위 100위 업체 중 대기업 제외) 중 40%, 30개 중소기업(대기업, 중견기업, 엔지니어링사 제외) 중 25%가 보증서 미발급으로 수주에 실패한 적이 있다. 이들은 보증 등을 받고자 예금, 계열사 보증 등을 담보로 제시해야 했다고 했다.
금융기관들은 해외사업이 가진 리스크 때문에 보증과 자금 지원 확대를 꺼린다. 하더라도 고금리 등 까다로운 조건을 건다. 계약 불이행 등 만일의 경우 돈을 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체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큰 원인 중 하나가 금융"이라면서 "건설업체들은 회사가 아니라 프로젝트 사업성을 보고 투자(PF)를 해주길 원하는데 국내 금융기관은 회사를 보고 대출을 해준다"고 업계에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에는 PF 리스크를 분석할 인력과 시스템이 없다. 능력이 없다는 이야기다"며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만에 하나 있을) 판단 미스(착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담보 없이는 투자(대출)를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정부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건설 고부가가치화를 주문하면서 정책 금융지원 계획 수립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발표한 '2013 해외건설추진계획'에서 5년내 해외건설 5대 강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개발 협력 등을 통한 수주 저변 확대 ▲중소기업 진출 활성화 ▲고부가기치 산업화 ▲진출시장 공종 다변화 ▲효율적 지원 체계 구축 등 5대 정책 목표를 통해 2017년 수주액 1000억 달러(올해 7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진출 활성화를 위해 건설공제조합 보증규모를 지난해 1100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수출입금융기관 보증심사시 사업성평가 반영을 통해 이행성보증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해외 정책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TF도 구성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개발도상국의 신도시·수자원 분야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하고 후속 사업에 우리 기술과 금융을 제공해 수주와 연결하는 패키지형 인프라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저가 출혈경쟁 논란을 불러온 단순 도급 위주 진출에서 벗어나 투자개발형, 건설 엔지니어링 등으로 고부가치화 하도록 지원한다. 기업들이 목말라하는 해외진출 사업성 분석 및 연구조사, 리스크 관리 컨설팅 등을 강화하고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에도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주 양적 확대와 수익성 향상을 함께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주지원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올해 수주목표인 700억 달러 이상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해외사업 손실은 성장통의 일종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 고부가치화와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수반된다면 해외건설 강국 실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복남 건산연 연구위원은 "2006년부터 해외수주가 급증했다. 글로벌 상위 225위 기업들을 보면 많아야 15~30%인데 2~4배씩 뛰었다"며 "수주 위주 전략으로 몸집(수주액)은 늘었지만 이를 지탱할 체력(인력과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무심했다. 성장통(손실)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선도할 수 있는 역할은 적지만 간접적인 지원 역할은 가능하다"며 "불공정한 경쟁으로 확인될 경우 금융·보증기관을 통해 향후 국내외 사업 수행에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이재헌 한국플랜트학회장은 "저가수주를 막기 위해선 원천기술 확보 등 기술력을 높여야한다"며 "출혈수주 원인은 우리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이 중간급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수주할 수 있는 저가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그예로) 플랜트 같은 경우 가스 액화기술, 가스터빈 제작기술이 없어 수입 해다가 설치해주다보니 남는 게 없다"며 "정부가 신흥국 기업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력과 정보력 등 확보를 위해 다방면에서 뒷받침해준다면 고부가치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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